국내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수도권 주택 거래가 늘어난 가운데 증시 활황을 타고 신용대출까지 급증하면서 가계 빚이 빠르게 불어난 결과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했다. 2021년 3분기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주택 관련 대출은 12조2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12조8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대출 증가액이 주택 관련 대출을 넘어선 것은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주택대출 증가는 수도권 아파트 거래 확대와 집단대출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3월 2만7000가구에서 6월 3만가구까지 증가했다. 서울 역시 봄철을 중심으로 거래가 크게 늘었다.
증시 호황은 신용대출 증가를 자극했다. 금융권 신용대출은 5월과 6월 연속 큰 폭으로 늘었고,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연초 27조4000억원에서 6월 말 36조7000억원으로 약 34%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주식시장 강세로 투자자금 수요가 늘면서 예금은행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가 동시에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타대출 증가폭은 과거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큰 수준이라는 평가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면서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졌다. 정부는 주택 공급과 실수요자 지원을 위해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상향했다.
추가로 확보되는 대출 여력은 재건축·재개발 이주비와 신축 아파트 중도금·잔금대출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청년과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공급도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주식 투자에 활용되는 신용대출은 계속 관리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신용융자와 미수거래 위험관리 실태를 점검했고, 일부 증권사도 신용한도를 줄이거나 추가 매수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은행권 역시 신용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8월 중순 기준 약 119조40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5조6000억원 이상 많다.
특히 5~6월 증시 상승기에 두 달 동안 신용대출이 5조원 넘게 증가한 영향이 아직 남아 있다. 일부 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리도 높아졌다.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범위는 연 4% 후반에서 5% 후반 수준으로, 두 달 전보다 상·하단 모두 상승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차주에게는 주가 변동성과 이자 부담이 동시에 커진 셈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리면서 물가와 경기뿐 아니라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경제 성장세가 유지되고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도는 상황에서 가계 빚까지 빠르게 증가하면 추가 금리 인상의 명분이 커질 수 있다.
다만 3분기 들어 증가세는 다소 둔화하고 있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6월 8조3000억원에서 7월 6조2000억원으로 줄었고, 증시 조정으로 신용대출 수요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결국 향후 기준금리 방향은 가계대출과 수도권 주택가격이 얼마나 빠르게 안정되는지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주택 공급을 위한 대출은 열어두면서 투기성 대출과 빚투는 억제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고민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