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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유가 다시 오르자 물가 압박 커져…금리·환율·관세까지 하반기 변수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과 미국의 추가 관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식품업체들도 원재료와 포장재 가격, 환율 부담 등을 이유로 잇따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농심과 던킨, 뚜레쥬르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생활물가 압력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고 있다.

    국제 정세도 변수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가 사실상 효력을 잃고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 운송비와 제조원가가 함께 올라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7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흐름에 따라 한국은행이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미국 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60개 국가와 경제권에 이른바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했고, 한국에는 12.5%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과잉생산 관세’까지 검토하면서 통상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국내 경제 성장률 개선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효과로 1450원대로 내려왔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유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다시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여건도 물가에 부담이다.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폭염으로 가축 폐사가 발생하고 고수온으로 양식장 피해까지 우려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도 불안한 상황이다.

    정부는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는 특정 품목에 그치지 않고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과 6월 두 달 연속 3%를 넘었고, 생활물가지수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2.5% 상승했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이미 2.5%에 달한 만큼 연간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상승률을 크게 낮춰야 한다. 현재 흐름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가를 억제할 정책 수단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제도가 물가를 0.4%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지만, 그 비용은 정유업계가 부담했다.

    정유업계 손실은 약 3조원으로 추산되며 정부가 재정으로 이를 보전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고, 제도가 종료되면 억눌렸던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하고 담합과 매점매석을 점검하는 등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기업을 압박하거나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입선을 다양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산업구조 개편,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요인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수입물가를 자극하는 고환율이 안정돼야 식품과 외식 가격도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고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하반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대책을 넘어 보다 지속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받으면 지역경제 살아날까…‘강제 지급’ 대신 선택형 대안 주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에 힘입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성과급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였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관련 법안은 발의 사흘 만에 철회됐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성과급을 지역 소비와 연결할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줄 수 있을까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원칙적으로 통화로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통화 이외의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법을 개정하면 성과급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만큼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

    국회에서도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노동계 반발이 커지면서 곧바로 철회됐다.

    왜 지역화폐 지급을 추진했나

    법안을 발의한 측은 대기업 성과급이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에서도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도 지역 내 소비를 줄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역화폐는 사용 지역과 가맹점이 제한되는 만큼 성과급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노동계가 반대한 이유

    노동계는 임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통화로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를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과거 현금 대신 물품이나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하던 관행을 막기 위한 취지도 담겨 있다.

    지역화폐는 사용 가능한 지역과 업종이 제한된다. 주거비나 대출 상환, 온라인 결제 등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같은 금액이라도 현금보다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더라도 실제로는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자발적인 동의가 사실상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만 임금을 직접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보다 다른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대안은 복지포인트나 선택적 복리후생비를 지역화폐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기계발비나 문화생활 지원금을 지역 내 체육시설과 문화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성과급은 현금으로 지급하되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지역화폐를 선택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선택권은 보장하면서 지역 내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결국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책과 근로자의 임금 선택권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임금의 자유로운 사용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M7 다음은 ‘망고스’ 시대?…AI 대표주 새 얼굴 될 수 있을까

    메타(Meta), 앤트로픽(Anthropic), 엔비디아(NVIDIA), 구글(Google), 오픈AI(OpenAI), 스페이스X(SpaceX). 이들 기업의 영문 앞 글자를 조합한 ‘망고스(MANGOS)’가 새로운 AI 대표주를 뜻하는 증시 신조어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빅테크 중심의 매그니피센트7(M7)을 잇는 차세대 AI 기업군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AI 산업을 대표하는 새로운 투자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망고스(MANGOS)란?

    망고스는 메타, 앤트로픽, 엔비디아, 구글, 오픈AI, 스페이스X를 묶어 부르는 용어다. 플랫폼 중심의 M7과 달리 AI 모델, 반도체, 인프라, 우주 산업 등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들로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6월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과 오픈AI,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관심도 빠르게 커졌다.

    투자 흐름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로이터는 지난 6월 “AI 산업이 증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군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FAANG과 M7에 이어 새로운 대표 기업군이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RWA 웰스파트너스의 조셉 파워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일부 투자자들이 차세대 AI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기존 M7 비중을 줄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자금 흐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ETF CHECK에 따르면 ‘라운드힐 매그니피센트7 ETF(MAGS)’는 올해 상반기 4억2820만 달러(약 6500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미국 상장 주식형 ETF 가운데 상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산운용업계도 새로운 투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 운용사 요크빌아메리카는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망고스 관련 ETF 출시를 신청했고, 코기시큐리티스도 같은 날 ‘코기 MANGOS ETF’ 상장을 추진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아직 비상장 기업인 만큼 ETF는 직접 주식을 편입하지 않고 파생상품이나 사모투자 구조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AI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단순히 묶어 만든 이름일 뿐 투자 기준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M7이라는 명칭이 이미 시장에 깊게 자리 잡은 만큼 새로운 용어가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구성 기업들의 주가 흐름도 엇갈린다. 메타는 6월 30일 563.29달러에서 7월 29일 585.61달러로 약 4% 상승했다. 디지털 광고 사업의 성장과 AI 투자 효율 개선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결과다.

    반면 알파벳은 같은 기간 353.33달러에서 335.76달러로 약 5%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AI 설비투자 계획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규모 투자에 비해 단기 수익성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스페이스X도 변동성이 컸다. 상장 직후 170.86달러까지 올랐던 주가는 7월 29일 112.55달러로 내려앉으며 고점 대비 34.1% 하락했다. 공모가와 비교해도 16.6% 낮은 수준이다.

    결국 망고스는 AI 산업의 성장성을 상징하는 새로운 투자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개별 기업의 실적과 투자 부담에 따라 주가 흐름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차세대 AI 대표주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줄지는 앞으로의 실적과 시장 평가가 결정할 전망이다.

  • 반토막 난 SK하이닉스 주가…최태원, 48억원 첫 자사주 매입

    SK하이닉스 주가가 한 달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주식 매수에 나섰다. 급격히 위축된 투자심리를 진정시키고 회사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30일 최 회장이 장내에서 보통주 3620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인 132만2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취득 금액은 총 47억8564만원이다.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매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6월 25일 장중 298만7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인공지능 투자 둔화 가능성과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급락했다.

    30일 종가는 132만2000원으로 장중 최고가보다 약 56% 낮은 수준이다. 종가 기준 최고치인 291만7000원과 비교해도 하락률은 54.8%에 이른다. 한 달여 만에 주가가 사실상 반토막 난 셈이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17일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SK하이닉스 주가와 관련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메모리 수요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적인 매매보다 주식을 오래 보유하는 편이 재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주가 하락세가 계속되고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자신의 발언을 실제 매수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한 구두 메시지보다 총수가 직접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입 금액을 약 48억원으로 정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상장회사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50억원 이상의 주식을 거래하려면 최소 30일 전에 매매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최 회장은 매수 규모를 50억원 미만으로 설정해 사전공시와 대기 기간 없이 곧바로 장내 매수를 진행했다. 주가 급락에 신속하게 대응해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총수가 사재를 들여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것은 최근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며 AI 반도체 성장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회사의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에는 큰 변화가 없는데도 단기적인 업황 우려가 주가를 과도하게 끌어내렸다는 시각이다.

    최 회장의 이번 매수가 책임경영과 저평가 해소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지는 향후 주가 흐름에 달렸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돌리고 SK하이닉스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제한 추진…개인 손실 56조원 추정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체 투자금 중 일정 비율을 넘겨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근 국내 증시 급락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 개인투자자의 평가손실이 이미 56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29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핵심은 개인별 투자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체 투자금의 20%까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사례로 제시했다. 투자금이 1억원이라면 관련 상품에는 최대 2000만원까지만 넣을 수 있는 구조다.

    과도한 거래에는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성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시장 과열 시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출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2배로 설계된 상품의 배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이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등락을 확대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주식이나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기초 종목이 하루 10% 오르면 2배 상품은 약 20%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10% 하락하면 손실도 약 20%로 커진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장기 수익률이 기초 종목의 단순 등락률과 달라질 수 있다. 상품이 매일 정해진 배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을 재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로 입은 평가손실이 50조원을 넘어섰다는 추산이 나왔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모하메드 아파바이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총괄은 국내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손실을 약 387억 달러로 추정했다. 한화로는 약 56조3000억원이다.

    씨티 분석에 따르면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지난 6월 22일 525억 달러, 약 76조37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관련 상품의 시가총액은 최근 190억 달러, 약 27조6400억원까지 감소했다. 한 달여 만에 약 335억 달러, 한화 48조740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가격이 내려가는 동안에도 개인투자자의 추가 매수가 이어졌다. 씨티는 같은 기간 약 62억 달러, 한화 약 9조원의 신규 자금이 관련 상품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락한 상품을 추가로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가 계속되면서 개인투자자의 누적 손실이 시가총액 감소분보다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상품별로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해당 상품의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약 170억 달러, 한화 약 24조7400억원 줄었다.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은 약 105억 달러, 약 15조28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도 고점보다 50억 달러 이상, 한화 약 7조28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기초 종목의 낙폭보다 더 큰 손실을 낼 수 있다.

    운용사가 레버리지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사고파는 과정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 관련 자산의 매도가 늘어나면 기초 종목의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초 종목의 하락이 레버리지 ETF의 손실을 확대하고, 상품의 재조정 매매가 다시 주가에 하락 압력을 가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일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관련 상품의 광고를 제한하는 1차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기존 상품으로 자금이 계속 몰리고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되자 개인별 투자 한도까지 설정하는 추가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씨티의 추산대로라면 정부가 총량 규제를 논의하기 전 개인투자자의 평가손실이 이미 56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투자 한도를 실제로 적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투자자의 전체 자산을 한 증권사 계좌만으로 계산할지, 여러 금융회사 계좌를 합산할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국내 상품만 제한할 경우 투자자가 해외 증시에 상장된 고배율 ETF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당분간 금융시장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24시간 시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레버리지 ETF 규제와 함께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선, 코스닥시장 체질 개선 등 자본시장 안정 대책도 추진한다.

    개인투자자 역시 레버리지 ETF를 일반 주식과 같은 상품으로 봐서는 안 된다. 기초 종목의 장기 상승을 예상하더라도 중간 변동성이 크면 손실이 누적될 수 있어서다.

    특정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금 대부분을 집중하면 증시 급락 시 자산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20% 투자 한도는 이 같은 집중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다.

    정부가 개인의 투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시장 변동성과 대규모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AI 반도체 넘어 전력·일본 소부장까지…미래에셋생명이 제시한 3분기 투자지도

    미래에셋생명이 2026년 3분기 글로벌 금융시장을 겨냥한 자산배분 전략을 공개했다. 인공지능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평가했지만, 일부 기술주와 특정 산업에 투자금이 집중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경고했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 기조는 유지하되, 반도체 내부에서도 투자 대상을 넓히고 금융과 원자재, 건설 등 간접 수혜 업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채권 부문에서는 글로벌 분산투자를 유지하면서 국내 금리 상승 위험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3분기 MVP 포트폴리오 보고서’를 발간했다. MVP 보고서는 미래에셋생명 변액운용팀이 금융시장 전망과 자산별 투자전략을 분석해 분기마다 제공하는 운용 보고서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특정 자산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산업의 확장 속도가 빠른 만큼 관련 기업의 실적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밸류에이션 부담과 시장 쏠림 현상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생명은 AI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분야로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를 제시했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모델을 운영하려면 고성능 반도체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송배전 설비, 냉각 시스템 등 대규모 기반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처럼 일부 AI 가속기 기업이나 대표 반도체 종목에만 투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면 메모리반도체와 전력반도체, 서버용 프로세서, 반도체 장비와 소재 기업까지 폭넓게 수혜를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생명은 3분기 반도체 투자 범위를 D램과 낸드플래시, 고대역폭메모리, 중앙처리장치 등으로 확대했다. AI 연산에 직접 활용되는 고성능 반도체뿐만 아니라 데이터 저장과 서버 운영에 필요한 부품까지 투자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는 AI 가속기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지원하는 핵심 반도체다. AI 서버 수요가 증가할수록 관련 제품의 탑재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대표적인 AI 인프라 수혜 분야로 꼽힌다.

    D램과 낸드플래시 역시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분야다. D램은 데이터를 임시로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낸드플래시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사용된다. AI 서비스가 고도화할수록 연산과 저장에 필요한 메모리 용량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중앙처리장치도 투자 범위에 포함됐다. AI 연산의 상당 부분은 그래픽처리장치나 전용 가속기가 담당하지만, 서버의 전반적인 운영과 데이터 처리를 위해서는 중앙처리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력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높였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시설인 만큼 전력 변환과 제어 효율을 높이는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전력 효율 개선은 데이터센터 운영비와 발열 문제를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제시됐다.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웨이퍼와 감광액, 특수가스, 정밀장비 등 여러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AI 반도체 생산량이 증가하면 완성된 칩을 설계하거나 판매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에 소재와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의 실적도 개선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이 일본 소부장 기업으로 투자 범위를 넓힌 이유다.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는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변동성을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 AI 관련 주식의 주가 상승 폭이 커진 만큼 조정 장세에 대비한 업종 분산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금융과 원자재, 건설 업종의 비중을 확대했다. 이들 업종은 AI 기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아 보이지만,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간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업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발전설비, 송전망 구축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지원할 수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 기업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 채권 발행 등 금융 수요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원자재 업종은 전력망과 서버,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구리와 알루미늄, 철강 등의 수요 증가와 연결된다. 특히 전력망 확충과 전기설비 구축에는 많은 양의 구리가 사용되는 만큼 AI 투자 확대가 산업용 금속 가격과 관련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건설업도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 송배전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다. AI 투자가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구매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물리적 시설 투자로 이어지면서 건설과 엔지니어링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러한 산업을 포트폴리오에 함께 편입하면 AI 관련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질 때 전체 자산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투자하면서도 위험을 여러 업종으로 나누는 전략이다.

    채권 포트폴리오에서는 안정적인 이자수익과 시장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정 국가나 채권 종류에 집중하기보다 글로벌 채권을 활용해 위험을 분산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했다.

    글로벌 인컴 자산과 글로벌 크레딧, 신흥국 채권의 비중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글로벌 인컴 자산은 정기적인 이자나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글로벌 크레딧은 여러 국가와 기업의 채권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흥국 채권은 선진국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지만, 환율과 국가 신용위험이 크다는 특성이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비중을 급격히 늘리기보다 기존 수준을 유지하며 수익성과 위험 사이의 균형을 추구했다.

    이번 분기에는 미국 달러 머니마켓펀드를 새롭게 편입했다. 달러 MMF는 미국의 단기 국채와 우량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달러 MMF는 현금성 자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주식과 장기채권 가격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고, 이후 투자기회가 발생하면 빠르게 다른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국내 중장기 국공채 비중은 축소했다. 국내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에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하락하는데,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과 국내 물가, 환율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중장기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국내 장기채권의 가격 하락 위험을 줄이기 위해 관련 비중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생명은 3분기 시장 환경을 성장과 변동성이 공존하는 국면으로 평가했다. AI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의 구조적인 성장 가능성은 유효하지만, 투자금이 일부 종목에 집중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득환 미래에셋생명 AI혁신·변액운용본부장은 AI 인프라의 공급 병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반도체와 전력 분야처럼 장기적인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금융과 원자재, 건설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 시장 변동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성장에 참여하되, 특정 기술주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에셋생명은 앞으로도 금리와 물가, 경기 흐름 등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에 맞춰 자산 비중을 조정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시장 방향을 예측하기보다는 여러 자산과 산업에 분산해 장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MVP 보고서가 제시한 전략은 AI 반도체 중심의 단순한 테마 투자와는 차이가 있다. 반도체 내부에서도 메모리와 전력반도체, 일본 소부장으로 투자 영역을 세분화하고, 전력·금융·원자재·건설까지 AI 인프라의 수혜 범위를 확장했다.

    채권 부문에서도 국내 자산에 집중하기보다 글로벌 크레딧과 신흥국 채권, 달러 MMF를 활용해 금리와 환율 변화에 대응하도록 구성했다.

    결국 3분기 투자전략의 핵심은 AI라는 장기 성장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장 변동성에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있다. 성장성이 높은 자산과 안정적인 이자수익 자산을 함께 담는 균형 잡힌 자산배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 마이너스통장 44조원·신용융자 33조원…증시 급락에 커지는 ‘빚투’ 경고음

    주식시장 상승세를 기대하며 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사상 처음 44조원을 넘어섰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3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된 상황에서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줄어드는 동시에 대출이자까지 오르면 투자자는 반대매매와 원리금 상환 부담을 함께 떠안을 수 있다.

    증시 상승기에 수익을 키워줬던 레버리지가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증폭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빚투’는 빚을 내 주식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뜻한다. 자기자본보다 큰 금액을 운용할 수 있어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 원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에 활용하는 빚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을 이용해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빌린 돈은 증권계좌로 옮겨 주식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대출자의 자금 사용 목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 주식 투자에 투입된 신용대출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증권사로부터 투자금을 직접 빌리는 신용거래융자도 대표적인 빚투 수단이다. 투자자는 증권계좌에 보유한 예수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추가로 주식을 매수한다.

    매수하려는 종목의 증거금률과 증권사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기자금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보유자금이 1000만원이라면 신용융자를 활용해 최대 2000만원 안팎의 주식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미수거래다. 투자자가 주식 매수대금 전액을 계좌에 넣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사에 부족한 금액을 외상으로 빌려 주식을 사는 구조다.

    국내 주식은 매매계약이 체결된 날로부터 2영업일 뒤에 결제가 이뤄진다. 미수거래를 이용한 투자자는 결제일까지 부족한 매수대금을 채워 넣거나, 매수한 주식을 처분해 미수금을 갚아야 한다.

    종목별 증거금률에 따라 미수거래의 레버리지는 최대 다섯 배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자기자금 1000만원으로 5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빠르게 늘지만 하락할 경우 손실도 같은 속도로 확대된다.

    최근 금융권 통계는 빚을 활용한 투자가 상당한 수준까지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44조1584억원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4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 25일 잔액은 43조3363억원으로, 2022년 10월 말 기록한 43조6609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불과 20여일 만에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8000억원 넘게 증가하면서 44조원대에 진입했다. 증시 상승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자금 조달이 쉬운 마이너스통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3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24일 신용융자 잔액이 38조6328억원까지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5조3002억원 감소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신용거래로 매수한 주식이 처분되거나 투자자들이 대출을 일부 상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초 기록한 27조4207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6조원 많다. 단기간 잔액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남아 있는 레버리지 규모는 과거보다 큰 상태다.

    미수거래로 주식을 매수한 뒤 결제대금을 납부하지 못한 금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와 미수금은 증시가 상승할 때는 투자 수익을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비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투자자가 부족한 자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조정은 빚투 위험을 현실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 코스피시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정 시간 정지하는 제도다. 현물시장의 과도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지만, 반복적으로 발동된다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22일 9114.55를 기록했지만, 한 달 뒤인 7월 21일에는 6747.95까지 떨어졌다. 한 달 사이 하락률은 25.9%에 달했다.

    시장지수가 4분의 1가량 하락하면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를 이용한 투자자의 담보가치도 크게 감소한다. 특히 주가 변동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 투자한 경우 담보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투자자의 동의 없이 보유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증권사는 매각대금으로 빌려준 자금과 이자, 수수료 등을 회수한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이나 시점과 관계없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시장가에 가까운 낮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이 나오기 때문에 투자자의 손실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반대매매 규모도 증시 변동성과 함께 급증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 흐름을 보였던 지난 4월과 5월의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월평균 각각 147억원과 154억원이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6월에는 월평균 반대매매 규모가 694억원으로 늘었다. 5월과 비교하면 네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7월 9일에는 하루 동안 발생한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이 1422억원에 달했다. 하루 반대매매 규모가 4월 한 달 평균과 비슷한 수준까지 확대된 셈이다.

    증시 하락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까지 시작되면서 빚투 투자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3년 6개월 만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과 증권사의 자금 조달 비용도 상승하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신용융자 금리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마이너스통장 이용자는 실제 사용한 금액에 대해 매일 이자를 부담한다. 대출금리가 높아질수록 같은 금액을 사용하더라도 매월 내야 하는 이자가 증가한다.

    주식 투자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대출이자까지 늘어나면 투자자가 느끼는 상환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주식을 매도하면 손실이 확정되고, 계속 보유하면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은행채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채 AAA등급 6개월물 금리는 연 2.9%, 1년물은 연 3.3% 수준이었다. 지난 21일에는 각각 연 3.2%와 연 3.7%로 상승했다.

    약 두 달 동안 6개월물 금리는 0.3%포인트, 1년물은 0.4%포인트 높아졌다. 은행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난 만큼 향후 가계 신용대출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가계의 신용위험이 빠르게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올해 1분기 19에서 2분기 31로 상승했다.

    신용위험지수는 금융기관이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과 부실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앞으로 연체나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19에서 11로 낮아졌고, 중소기업은 33에서 31로 소폭 하락했다. 기업의 신용위험은 완화된 반면 가계의 위험은 오히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빚투의 또 다른 위험은 투자자의 추가 차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커지면 일부 투자자는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같은 종목을 추가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에 나선다.

    자기자금으로 추가 투자하는 경우에도 손실 위험은 존재하지만, 대출이나 신용융자를 다시 이용하면 레버리지 규모가 더 커진다. 주가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기존 손실에 추가 투자금 손실까지 겹칠 수 있다.

    신용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부족한 담보를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투자자는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예금을 깨거나 다른 대출을 받아 증거금을 납부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주식 투자 손실이 금융회사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정상적인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취약차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매매가 투자자의 손실을 원금 이상으로 키울 위험도 있다. 증권사는 대출금을 신속하게 회수하기 위해 반대매매일 전 거래일의 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대량의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매도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주가가 추가로 떨어지면 다른 신용거래 투자자의 담보비율도 낮아지고, 새로운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거래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연쇄작용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수익률보다 감당 가능한 손실 규모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빚을 활용한 투자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금액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투자금액이 커진 만큼 작은 주가 변동에도 계좌의 손익률은 크게 움직인다. 투자자가 예상한 방향과 반대로 시장이 움직일 경우 손실을 회복할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강제매각을 당할 수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빚투 자금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이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을 실행할 때 고객이 해당 자금을 실제로 어디에 사용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대출자가 생활비나 사업자금으로 돈을 빌린 뒤 증권계좌로 옮겨도 금융회사가 이를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 일반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처럼 자금 용도가 명확하게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도 투자자가 계좌에 입금한 돈이 근로소득이나 저축인지,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투자자의 전체 부채와 상환 능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신용융자와 미수거래에 대한 증거금률을 높이거나 한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강한 규제는 정상적인 투자와 시장 유동성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빚투 문제는 단순히 대출을 막는 방식보다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용거래 잔액과 반대매매 규모, 가계 신용대출의 증가 속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 실패로 빚을 갚지 못한 개인이 취약차주로 전락할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금융시장의 건전성이 악화하기 전에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와 담보비율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반대매매 물량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지 않도록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마이너스통장과 고액 신용대출이 단기간 빠르게 늘어나는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능력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연체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취약차주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투자자 역시 대출이 가능한 금액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투자금액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승인했다고 해서 투자 손실까지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가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만 계산해서도 안 된다. 주가가 10%, 20%, 30% 하락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과 매월 부담해야 할 이자, 담보 부족으로 추가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생활비나 주거비,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투자에 투입하면 시장 하락이 개인의 일상과 생계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빚투 실패가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가계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시기에는 신용거래가 수익을 확대하는 도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증시가 급락하고 금리가 오르는 현재는 같은 구조가 투자자의 손실과 이자 부담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44조원과 신용거래융자 잔액 33조원은 시장에 상당한 규모의 차입자금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자금이 주가 하락과 함께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과도한 신용공급이 투자자 손실과 금융회사 부실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취약차주 지원과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증시 변동성 완화 대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에게도 레버리지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키워준 빚은 하락장에서 손실을 증폭시키는 가장 빠른 경로가 될 수 있다.

    증시 급락과 기준금리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빚투가 개인의 선택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 긴축으로 방향 튼 한국은행…기준금리 3% 진입 가능성 커졌다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긴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물가 상승과 고환율,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완화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번 금리 인상은 외환시장 안정과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기업의 투자비용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와 내수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함께 달성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사이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1월 이후 42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도 줄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3.50~3.75% 수준인 상황에서 양국 간 금리 차이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축소됐다.

    금리 격차가 좁아지면 상대적으로 한국 금융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줄이고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인다. 대출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기업은 설비투자를 미룰 수 있고, 가계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통화긴축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둔 배경에는 경제 여건의 변화가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커졌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한 점도 금리 인상을 앞당긴 요인이다. 반면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이전보다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초부터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1월과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를 기록했지만, 중동 지역의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3월에는 2.2%, 4월에는 2.6%로 높아졌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3%대로 올라섰다. 6월에도 3.2%를 나타내 두 달 연속 3%대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뿐만 아니라 전력, 운송, 제품 생산 비용까지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여기에 원화 약세가 겹치면 같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는 데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진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480원대로 내려왔지만, 지난 6월 초에는 1560원대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500원대에서 움직이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최근 환율 하락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발행으로 조달한 달러 자금이 원화로 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같은 자금 유입은 일회성 요인일 수 있어 환율이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정책도 한국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지만, 연내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한미 금리 차이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데에는 한미 금리 차이를 줄이고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화 약세를 방치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이 다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과 가계대출도 통화당국이 경계하는 핵심 변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확대됐다. 증시 강세로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신용대출도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잔액은 1866조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2023년 초의 1736조원과 비교하면 약 130조원 증가한 규모다.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집값과 주가가 오르면 차입을 통한 자산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대출 증가가 자산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흐름이 형성되면 금융시장의 불균형도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통해 과도한 대출 수요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억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금융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성장 전망이 개선된 점은 한국은행의 부담을 줄여줬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이 소비와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지만, 현재는 수출 호조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전망치인 2.6%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치다.

    정부 전망대로 올해 경제가 3% 성장한다면 코로나19 이후 기저효과로 4.7% 성장했던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의 관심이 이번 인상 자체보다 향후 인상 폭과 속도에 집중되는 이유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8월의 금리 결정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물가와 환율, 부동산, 가계대출 상황에 따라 8월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2.75%인 만큼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인상하면 연 3.00%가 된다.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거나 물가 불안이 지속될 경우 이르면 8월부터 기준금리 3% 시대가 시작될 수 있다.

    통화긴축 전환은 정부의 재정정책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린 약 800조원 규모로 편성하는 확장재정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돈을 풀면 정책 효과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 통화당국은 물가를 낮추려 하고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려는 엇갈린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서다.

    확장재정이 필요하더라도 지출 대상을 정교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현금성 지원이나 소비성 지출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취약계층 보호와 생산성 향상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동시에 물가와 가계부채, 환율을 안정시키고 첨단기술과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

    기업은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발행과 금융권 대출에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은 신규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 설비투자를 축소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래 성장동력까지 약화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와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안전자산의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예금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단일 종목의 등락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와 프로그램 매매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통화긴축 과정에서 자본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긴축으로의 통화정책 전환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은 6월 11일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랫동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일본은행도 16일 기준금리를 연 1.0%로 높였다.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주요국의 통화긴축 흐름에 합류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과 물가가 상승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국내에서도 높은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기업과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액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차주가 추가로 부담하는 연간 이자는 전체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차주 한 명당 연간 평균 이자 부담은 약 29만6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 규모가 크거나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가구일수록 실제 부담은 평균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의 부담은 더욱 크다. 금융기관과 대출상품을 합쳐 세 개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1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1인당 연간 추가 이자 부담은 평균 약 65만원에 달한다. 소비 둔화와 원가 상승을 겪는 자영업자에게는 금리 인상이 경영난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물가를 안정시키면서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충격을 줄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은행의 긴축과 정부의 확장재정이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정책 목표와 지원 대상을 조율해야 한다.

    금리 인상이 물가와 환율 안정에 기여하고 정부 재정이 취약계층과 미래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눈다면 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엇갈린 방향으로 추진되면 물가 안정 효과는 약화하고 재정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일관되고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42개월 만에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은 단순히 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진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저금리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던 경제정책이 물가와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는 의미가 크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 연 3%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지, 정부가 긴축 통화정책과 확장재정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시장과 가계,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물가·환율·집값 압박에 긴축 전환한 한은…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통화정책의 방향이 다시 긴축으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데다 원·달러 환율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대출 증가세까지 불안한 흐름을 보인 것이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향후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기준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원 7명이 모두 인상에 찬성한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인 것은 2023년 1월 연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42개월 만이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낮춘 뒤 여덟 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왔지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정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금통위 개최 이틀 전 발표한 ‘2026년 7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 중 66.0%가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금리 동결을 예상한 응답자는 34.0%였다.

    지난 5월 조사에서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가 1.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상승 전망 비중이 두 달 만에 65.0%포인트 높아졌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긴축 전환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는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개선세까지 나타난 점이 금리 인상 전망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물가 대응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도 시장의 예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은행이 밝힌 인상 배경 역시 시장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물가뿐만 아니라 자산시장과 외환시장 불안까지 동시에 고려해 금리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가장 직접적인 인상 요인은 소비자물가였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6%를 기록한 뒤 5월 3.1%로 뛰었다. 6월에도 3.2%를 나타내며 두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가 2%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물가 흐름은 목표 수준을 뚜렷하게 웃도는 상태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활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경우 소비자의 체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으로도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원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체결했던 종전 관련 양해각서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대상으로 군사 행동을 재개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졌고, 일각에서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국제유가에 즉각 반영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지난 6일 배럴당 68.55달러까지 내려갔지만, 15일에는 79.60달러로 올랐다. 열흘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배럴당 11달러 이상 상승한 셈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만 아니라 운송비, 전기·가스요금, 제조원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부동산시장도 한국은행의 긴축 결정을 압박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에는 경기 화성과 동탄 등 일부 수도권 지역까지 가격 상승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수도권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하지만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매수세가 뚜렷하게 줄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가 아직 시장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넷째 주에 상승으로 전환한 뒤 74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 이어졌던 85주 연속 상승 이후 두 번째로 긴 상승 기간이다.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면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매수가 늘어날 수 있고, 이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면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집중될 가능성도 커진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8조3000억원 증가했다. 5월 증가액 9조3000억원보다는 1조원 줄었지만, 지난해 6월 기록한 6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최근 주식시장 강세와 부동산 거래 증가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약 1.5%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수요를 억제할 필요성도 커졌다.

    원·달러 환율 역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15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84.7원을 기록했다.

    이달 초 환율이 1550원선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환율 하락이 구조적인 원화 강세가 아니라 일시적인 달러 유입의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 과정에서 해외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원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원화 약세와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의 금리가 다시 오르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확대될 경우 원화 약세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도 금리 정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물가, 부동산, 가계부채, 환율 등 여러 지표가 동시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의 다음 결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인상이 긴축 사이클의 시작인지, 단 한 차례의 선제 조치인지가 핵심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추가 인상 시기와 폭은 물가상승 압력, 경기 회복 흐름, 금융시장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열어둔 셈이다. 물가가 계속 3%대를 유지하거나 환율과 주택가격이 다시 크게 오를 경우 추가 인상 결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내려질 수 있다.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확인됐다. 전체 21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10명은 기준금리가 연 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하반기에 적어도 한 차례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가와 환율 흐름이 악화할 경우 한 차례를 넘어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향해 안정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추가 긴축의 강도는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도 있다.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고, 기업의 투자와 자금 조달 비용도 상승할 수 있다.

    경기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내수 소비와 설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 경기 흐름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의 시선은 오는 8월 27일 열리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환율과 주택가격이 다시 불안해진다면 연속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다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한 차례 동결하며 정책 효과를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42개월 만에 금리 인상의 문을 연 한국은행이 추가 긴축에 나설지는 앞으로 한 달간 발표될 물가와 환율, 부동산, 가계부채 지표에 달려 있다. 이번 인상이 긴축의 시작점이 될지, 금융 불안을 막기 위한 일회성 대응에 그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엔비디아의 ‘고객 자금 지원’ 논란…AI 반도체 호황에 경고등 켜졌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주요 고객사인 오픈AI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금융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오픈AI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엔비디아가 자사 제품의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에게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서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매도자 금융(Seller Financing)’이라는 거래 방식이 있다. 매도자 금융은 상품이나 자산을 판매하는 기업이 구매자에게 대금을 빌려주거나,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를 말한다. 구매자가 당장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판매자가 제공한 돈이 다시 제품 구매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실제 수요를 과대평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반도체와 AI 산업에서는 이러한 거래가 반복될 경우 ‘순환금융’ 논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기업이 고객사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보증하고, 고객사는 확보한 자금으로 해당 기업의 반도체를 구매하면 장부상 매출은 늘어난다. 하지만 고객사의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판매 실적이 실질 수요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픈AI가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화로 환산하면 약 367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AI 기업과 반도체 기업 사이에서 이뤄진 신용보증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신용보증과 별개로 오픈AI가 자사의 AI 가속기와 관련 장비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되는 금액은 약 3500억 달러, 한화 약 509조원 수준이다. 두 가지 지원 방안이 모두 현실화한다면 엔비디아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자금 규모는 6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놓고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밀접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오픈AI는 대규모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와 가속기를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는 핵심 고객이다. 엔비디아가 자금을 공급하고, 오픈AI가 그 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제품을 구매한다면 양사의 거래 실적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오픈AI가 AI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구매에 투입한 자금이 수익으로 회수되지 않으면 오픈AI의 재무 부담이 커지고, 보증이나 자금 지원에 참여한 엔비디아 역시 손실 위험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이용자 기반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수익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문에 인용된 외신 자료에 따르면 챗GPT의 월간활성이용자는 11억명을 넘어섰지만, 오픈AI는 지난해 39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약 50억 달러였던 적자와 비교하면 손실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된 셈이다. 일회성 회계비용과 주식 보상 등을 제외한 손실도 약 80억 달러로 추정됐다.

    오픈AI가 비상장기업이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상장기업과 달리 재무정보 공개 범위가 제한적이고, 시장에서 통용되는 명확한 신용등급도 확인하기 어렵다. 향후 AI 서비스의 수익화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추가 투자 유치에 차질이 생기면 대규모 데이터센터 계획이 오히려 유동성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엔비디아의 금융 지원 검토가 반도체 고점 논쟁을 자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반도체에 대한 구매 수요가 충분히 강하다면 제조사가 고객사의 구매 자금까지 책임질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논의를 엔비디아가 현재의 AI 투자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금융 수단까지 동원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AI 산업의 투자 구조가 소수 기업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은 AI 개발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AI 개발사는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급한다. 다시 클라우드 기업은 반도체를 대량 구매한다. 이 과정에서 한 기업의 투자 축소나 자금난이 다른 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미국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원문 기준 27일 현지 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4.99% 떨어졌고, 저장장치 기업 샌디스크는 11.02% 급락했다.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 가격도 7.47% 하락했다. 특정 기업의 금융 지원 문제가 반도체 산업 전반의 수요 지속성에 대한 의문으로 번진 결과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만딥 싱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가 지금과 같은 AI 설비투자 흐름이 계속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관련 투자가 짧은 기간이라도 둔화할 경우 엔비디아의 실적과 기업가치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전망을 내놨다.

    해외에서 시작된 경계 심리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고점 우려와 엔비디아의 매도자 금융 논란이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원문에 따르면 28일과 29일 코스피에서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주식 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27일 25만4000원에서 28일 22만원으로 13.39% 하락한 데 이어, 29일에는 20만8500원으로 다시 5.23% 떨어졌다. 이틀 동안의 누적 하락률은 약 17.9%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81만6000원에서 140만1000원으로 내려앉아 22.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매도자 금융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초기 투자비가 큰 첨단산업에서는 공급업체의 금융 지원이 신규 시장 형성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고객사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차입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한다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성장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오픈AI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에 걸맞은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이용자 증가가 유료 서비스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연결된다면 엔비디아의 지원은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대로 수익성 개선이 지연된다면 이번 거래는 반도체 호황을 인위적으로 연장한 금융 구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엔비디아의 고객 금융 지원이 일시적인 투자심리 악화로 끝날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가 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시장은 이제 반도체 출하량과 매출 증가뿐만 아니라, 그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어떤 자금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까지 살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