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3% 중반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국제유가와 외식비, 전자제품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3.6%에 이를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최근 특별한 대외 충격이 없다면 올해 성장률이 3.4~3.6%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전망치는 3.0%였다. 불과 3개월여 만에 전망 수준이 0.4~0.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수출이 경기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기 회복과 함께 물가 압력도 커지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정부의 올해 전망치 2.6%를 웃돌았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상승률이 3.5%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정부는 올해 명목성장률이 20%대 초반에 이를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원화 기준 명목 GDP가 지난해 2676조6747억원에서 올해 3256조546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기준으로 한 명목성장률은 21.7%다.
명목성장률에서 실질성장률을 제외한 GDP 디플레이터는 16~18% 수준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 평균 상승률 2.8%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반도체 수출가격 상승 효과가 크게 반영됐지만 전체적인 가격 수준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는 설명이다.
유가 100달러 돌파…김밥·김치찌개도 올라
생활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과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9일 브렌트유 12월물은 배럴당 109.55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은 103.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9월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이미 정부의 연간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고유가가 운송비와 원재료 가격을 통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로 확산될 경우 연간 물가상승률이 전망치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외식비도 상승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923원으로 1년 전보다 8.3% 올랐다. 비빔밥은 1만2000원으로 3.7% 상승했다.
전국 평균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9092원, 칼국수는 9071원으로 각각 4.0%, 3.1% 올랐다. 지난해 9월까지 8000원대였던 두 메뉴가 9000원대로 올라선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전자제품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소비자 전자제품 가격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칩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컴퓨터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7.4% 올랐고 태블릿 등 휴대용멀티미디어기기는 22.5%, 저장장치는 45.9% 상승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휴대전화 가격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 올라 8월 상승률 4.3%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반도체 중심의 높은 성장률이 모든 가계의 체감경기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에너지와 외식, 전자제품 가격까지 오르면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전체 지출을 확대하기보다 물가 부담이 큰 계층을 중심으로 재정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성장의 효과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결국 올해 한국 경제는 높은 성장률과 높아진 생활물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성장률 전망이 개선된 만큼, 향후 정책의 초점은 경기 회복의 효과를 유지하면서 고유가와 생활물가 상승이 가계 부담으로 번지는 것을 얼마나 억제하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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