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함께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가 확대되자 한미반도체가 현지 대응 체계 강화에 나섰다. 미국 법인을 직접 설립해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장비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미반도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미국 현지법인 ‘한미 USA(HANMI USA, Inc.)’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한미반도체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로, 출자금액은 150만달러(약 21억원)다. 출자 예정일은 오는 18일이다.
새로 설립되는 한미 USA는 반도체 제조장비를 비롯해 관련 부품과 자재의 개발·판매 등을 담당한다. 단순한 해외 판매 거점을 넘어 미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과 기술 지원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 향하는 AI 반도체 투자
한미반도체가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확대되는 AI 반도체 투자가 있다.
생성형 AI 시장이 성장하면서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 수요가 급증했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패키징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주요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역시 현지법인 설립 목적에 대해 HBM을 비롯한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와 장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현지 고객사에 보다 빠르게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장비는 공급 이후 설치와 공정 최적화, 유지보수 등 지속적인 기술 대응이 중요하다. 고객사의 생산라인과 가까운 곳에 지원 조직을 두면 장비 공급 이후 발생하는 기술적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도 미국 투자 확대
한미반도체의 주요 고객사가 미국에서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연구개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을 미국 현지에서 패키징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다.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 역시 뉴욕과 아이다호 등을 중심으로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과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 생산능력을 확대하면 장비업체 입장에서도 현지 대응 능력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비 설치부터 공정 안정화와 유지보수까지 고객사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는 HBM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TC 본더를 주요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TC 본더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HBM 제조 과정에서 칩을 정밀하게 접합하는 데 활용되는 핵심 장비다.
AI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HBM의 적층 수와 패키징 난도 역시 높아지고 있어 관련 장비의 기술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장비 판매 넘어 현지 지원 경쟁으로
이번 미국법인 설립은 한미반도체의 해외 사업 전략에도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HBM과 첨단 패키징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객사와 가까운 현지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장비 공급 기회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관건은 미국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가운데 실제 장비 수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경쟁 역시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HBM 생산기술 변화에 맞춘 장비 성능뿐 아니라 설치와 유지보수, 공정 지원 등 고객 대응 역량까지 장비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한미반도체의 미국 진출 역시 이런 변화에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HBM 시장 확대에 힘입어 성장해온 한미반도체가 미국 현지법인을 발판으로 AI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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