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은 왜 다시 카카오뱅크를 선택했을까…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의 ‘동맹 공식’

image

작성자

카테고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를 입금해 코인을 사고팔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이다.

이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 어떤 은행과 손을 잡느냐는 단순한 제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원화마켓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코인원이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제휴를 다시 연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법인 고객을 둘러싼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기존 파트너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인원과 카카오뱅크, 관계를 이어간 이유

코인원과 카카오뱅크의 협력은 2022년 시작됐다.

코인원은 기존 NH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변경했고 이후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 계약 연장으로 양사의 실명계좌 협력은 2027년 8월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는 과정은 일반적인 기업 제휴와는 성격이 다르다.

은행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이상거래 감시 능력 등을 살펴야 한다. 거래소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휴 은행 역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과 평판 위험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소가 장기간 같은 은행과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양측이 이미 구축한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인원과 카카오뱅크 역시 자금세탁방지(AML)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연계하는 등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은행을 바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안정성과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변수는 ‘법인 가상자산 시장’이었다

이번 계약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개인 고객이 아니라 법인 고객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그동안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업의 가상자산 거래가 점차 허용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화하면 거래소 입장에서도 법인 고객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전통적인 시중은행처럼 폭넓은 법인금융 영업망을 갖춘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코인원이 향후 법인 고객 확보를 고려해 시중은행으로 파트너를 변경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럼에도 코인원은 카카오뱅크를 다시 선택했다.

카카오뱅크가 코인원을 이용하는 법인 고객에게 제한적으로 계좌를 제공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기존 협력을 유지할 여지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코인원으로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법인 시장을 위해 기존의 안정적인 제휴 관계를 포기하는 것보다, 현재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향후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단순한 계좌 제휴를 넘어선 두 회사

두 회사의 관계를 실명계좌만 놓고 보는 것도 부족하다.

카카오뱅크는 자사 앱에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왔다. 코인원의 가상자산 가격을 확인하거나 보유 자산 정보를 연계하는 식이다.

은행 앱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접점이 넓어지면 양측 모두 이점을 얻을 수 있다.

거래소는 신규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고 은행은 고객이 다른 금융 앱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다양한 자산 정보를 확인하도록 만들 수 있다.

전통적인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계가 단순히 ‘입출금 계좌를 제공하는 은행’과 ‘계좌를 사용하는 거래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금융소비자가 예금과 주식, 가상자산 등을 여러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시대에는 누가 고객의 자산관리 화면을 차지하느냐가 금융회사들의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거래소가 은행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

가상자산 거래소 입장에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은행이 등장한다고 해서 파트너를 쉽게 변경하기 어렵다.

새로운 은행과 계약하려면 시스템 연결부터 고객확인 절차, 입출금 구조, 자금세탁방지 체계까지 상당 부분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기존 이용자 역시 새로운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 이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거래소가 은행을 선택할 때는 수수료나 영업조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안정성, 고객 편의성, 규제 대응 능력, 법인금융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다.

한번 형성된 거래소-은행 조합이 비교적 오래 유지되는 이유다.

앞으로 더 중요해질 ‘은행-거래소 짝짓기’

현재 국내 주요 원화 거래소들은 각각 은행과 제휴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투자자 중심에서 법인과 기관투자자까지 확대된다면 은행의 역할 역시 커질 수 있어서다.

법인계좌뿐만 아니라 자금관리, 수탁, 투자상품, 결제 등 기존 금융산업과 가상자산 산업이 만나는 영역도 넓어질 수 있다.

여기에 금융그룹이 가상자산 사업자와 자본 관계까지 형성하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은행이 단순히 거래소에 계좌를 빌려주는 역할을 넘어 가상자산 생태계의 전략적 파트너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인원과 카카오뱅크의 재계약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계약 1년 연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지를 보여주는 금융산업의 변화가 숨어 있다.

개인 중심이었던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법인과 전통 금융회사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앞으로는 어느 거래소가 어떤 은행과 손을 잡고 있느냐가 지금보다 훨씬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