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컵라면 용기를 비롯해 국물이나 기름에 쉽게 오염되는 포장재의 재활용 평가 기준이 바뀐다. 지금까지 재질과 구조만 충족하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실제 사용 후 음식물과 양념 자국이 남아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컵라면 용기에 주로 쓰이는 폴리스티렌 페이퍼(PSP)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성 평가 기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평가는 재질과 구조가 재활용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따져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등 4단계로 구분하는 제도다.
그동안 PSP 포장재는 몸체가 백색 단일재질이면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라벨이나 마개 등 별도 부자재를 사용하지 않거나 몸체와 같은 재질을 쓰면 ‘재활용 최우수’, 다른 재질이라도 쉽게 분리할 수 있으면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실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이었다. 컵라면 국물이나 양념, 기름 등이 용기에 스며들거나 착색될 경우 재활용이 어려운데도 기존 평가에는 이런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국물·양념·기름 남으면 등급 하향
새 기준에서는 PSP 포장재가 유통이나 사용 과정에서 국물과 양념, 기름 등에 오염되거나 착색될 가능성이 있으면 ‘재활용 어려움’으로 평가한다.
적용 대상도 컵라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국·탕류와 떡볶이, 튀김 등 수분이나 기름기가 많고 유색 양념을 사용하는 제품 가운데 PSP 포장재를 사용하는 제품도 평가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평가 방식에도 실제 사용 상황이 반영된다.
제품을 조리하거나 사용한 뒤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구는 등 이물질을 제거한 다음, 포장재 표면에 오염이나 착색이 남아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신설된다.
즉 포장재가 처음 생산됐을 때의 재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한 이후 실제로 재활용 가능한 상태인지까지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포장재는 제품 겉면에 해당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 표시 의무를 통해 기업들이 PSP 대신 실제 재활용이 더 쉬운 다른 포장재를 선택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기존 제품도 3개월 안에 재평가
이미 ‘재활용 최우수’나 ‘우수’, ‘보통’ 등급을 받은 PSP 포장재도 새 기준을 적용받는다.
개정안 시행 후 3개월 안에 재평가를 받아야 하며, 기간 내 평가를 다시 받지 않으면 기존 등급의 효력이 사라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중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내년 상반기 규제심사를 거쳐 발령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재질이나 구조 자체를 제한하는 금지 규제 도입 등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은 기존 재활용 등급이 실제 배출과 재활용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컵라면 용기의 경우 겉보기에는 재질과 구조상 재활용이 가능한 것처럼 평가받더라도, 사용 이후 기름과 양념이 남으면 선별·세척 과정에서 재활용이 어려워질 수 있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표시 등급과 실제 재활용 가능성의 차이를 줄이고, 기업이 포장재 자체를 재설계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앞으로 포장재 평가는 ‘무엇으로 만들었는가’뿐 아니라 ‘사용 후 실제로 다시 쓸 수 있는가’까지 따지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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