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기자본 규제 시행을 2년 늦추기로 하면서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영향으로 금융취약성 지표가 다시 장기평균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차입 의존도가 높은 PF 구조가 더 오래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46.5로 집계됐다. 2024년 1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상승한 수치로, 지난해 말 45.6, 올해 1분기 45.7에 이어 장기평균 수준까지 높아졌다.
금융취약성지수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동산 등 자산가격, 금융기관의 손실 대응 능력 등을 종합해 금융시스템에 쌓인 중장기 위험을 보여준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2분기를 100으로 두며, 지수가 높을수록 경기 악화나 자산가격 하락 등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최근 지수 상승에는 부동산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가계부채와 자산가격을 중심으로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PF 자기자본 규제 2029년으로 연기
정부는 지난 13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주거사업장의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미루기로 했다.
해당 규제는 시행사가 자기자본보다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시행이 늦춰지면서 기존 차입 중심 구조가 더 오래 이어지고, 부동산 경기 악화 시 금융회사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F 시장의 부실 위험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올해 6월 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은 4.56%로 전분기보다 0.09%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의·부실우려 여신은 15조1000억원에 달했고, 중소금융회사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32.20%로 집계됐다.
부실 사업장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 공급이 다시 확대될 경우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까지 자금이 흘러가 금융권의 잠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 “공급 보완조치지만 부실 관리 지속”
한국은행은 이번 규제 유예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제한적인 보완조치로 평가하면서도 PF 부실 관리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정상적인 사업장에는 자금 공급이 필요하지만 PF 연체율과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부실 사업장의 구조조정과 금융안정 관리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예가 주택공급을 위한 미시적 조치인 만큼, 부동산 부문으로 자금이 다시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최근 금융취약성지수 상승과 레버리지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과도한 차입이 누적된 뒤 대응하기보다는 사전에 위험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금융취약성지수가 3분기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상승 폭은 GDP 등 분기별 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향후 주요 변수로는 가계신용과 서울 집값이 꼽힌다. 최근 부동산 대책과 금리 인상 효과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시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금융취약성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PF 규제 완화와 금융안정 관리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공급 지원과 부실 억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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