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신규 계약보다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세 매물은 줄고 보증금은 오르면서 세입자들이 이사를 미루고 현재 주택에 머무르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 영향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2만7203건 가운데 갱신계약은 1만5061건으로 55.4%를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 44.3%와 비교하면 11.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기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외곽 지역에서 갱신 비중이 특히 높았다.
강서구는 전체 전세 계약의 67.2%가 갱신계약이었고, 중랑구는 66.6%를 기록했다. 전세 계약 3건 가운데 2건이 기존 계약을 연장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강서구는 20.8%포인트, 중랑구는 18.1%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전세 매물 줄고 가격은 상승
갱신계약이 늘어난 배경에는 전세 매물 감소가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80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1일 2만3060건과 비교하면 2380건, 10.3% 감소했다.
특히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매물 감소 폭이 더 컸다.
금천구 전세 매물은 같은 기간 178건에서 74건으로 58.4% 줄었다. 동대문구는 48.6%, 구로구는 47.5%, 도봉구는 42.8%, 노원구는 34.8% 감소했다.
매물이 줄어드는 사이 전세가격은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8.21% 올랐다. 성북구는 13.58% 상승해 가장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고 노원구 12.96%, 강북구 10.75%, 도봉구 10.43%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매물 부족과 보증금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다른 집으로 옮기는 것보다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갱신계약도 보증금 부담 커져
문제는 갱신을 선택하더라도 보증금 부담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59㎡는 지난 1일 6억5000만원에 신규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보름 뒤인 16일 같은 면적과 같은 층이 7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보름 만에 9000만원 오른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 포레나노원 전용 84㎡도 지난 1일 7억9000만원에서 8000만원 오른 8억7000만원에 갱신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단지 2층 역시 지난 17일 종전 보증금 7억원보다 1억원 오른 8억원에 계약됐다.
이처럼 갱신계약에서도 보증금 인상폭이 커지면서 세입자의 부담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갱신계약 청구권을 이미 사용한 세입자는 기존 보증금 수준으로 비슷한 지역과 면적의 주택을 다시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주택 규모를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전세 공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 매물 감소와 보증금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신규 전세계약뿐 아니라 갱신계약을 선택하는 세입자도 높은 주거비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전세시장은 현재 신규 계약보다 기존 계약 유지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매물 회복과 가격 안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갱신계약 비중이 높은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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