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에 힘입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성과급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였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관련 법안은 발의 사흘 만에 철회됐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성과급을 지역 소비와 연결할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줄 수 있을까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원칙적으로 통화로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통화 이외의 방식으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법을 개정하면 성과급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만큼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
국회에서도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노동계 반발이 커지면서 곧바로 철회됐다.
왜 지역화폐 지급을 추진했나
법안을 발의한 측은 대기업 성과급이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에서도 소비가 지역 상권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의 해외 송금도 지역 내 소비를 줄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역화폐는 사용 지역과 가맹점이 제한되는 만큼 성과급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노동계가 반대한 이유
노동계는 임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통화로 전액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를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과거 현금 대신 물품이나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하던 관행을 막기 위한 취지도 담겨 있다.
지역화폐는 사용 가능한 지역과 업종이 제한된다. 주거비나 대출 상환, 온라인 결제 등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같은 금액이라도 현금보다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또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더라도 실제로는 회사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자발적인 동의가 사실상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대안은 없을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만 임금을 직접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보다 다른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대안은 복지포인트나 선택적 복리후생비를 지역화폐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기계발비나 문화생활 지원금을 지역 내 체육시설과 문화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성과급은 현금으로 지급하되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지역화폐를 선택하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선택권은 보장하면서 지역 내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결국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책과 근로자의 임금 선택권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임금의 자유로운 사용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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