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과 미국의 추가 관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식품업체들도 원재료와 포장재 가격, 환율 부담 등을 이유로 잇따라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농심과 던킨, 뚜레쥬르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생활물가 압력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되고 있다.

국제 정세도 변수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가 사실상 효력을 잃고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다. 유가가 계속 오르면 운송비와 제조원가가 함께 올라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7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흐름에 따라 한국은행이 8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대외 여건도 녹록지 않다. 미국 정부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60개 국가와 경제권에 이른바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했고, 한국에는 12.5%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여기에 추가적인 ‘과잉생산 관세’까지 검토하면서 통상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국내 경제 성장률 개선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효과로 1450원대로 내려왔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 자금 유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다시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여건도 물가에 부담이다.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폭염으로 가축 폐사가 발생하고 고수온으로 양식장 피해까지 우려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도 불안한 상황이다.
정부는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는 특정 품목에 그치지 않고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과 6월 두 달 연속 3%를 넘었고, 생활물가지수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2.5% 상승했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이미 2.5%에 달한 만큼 연간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반기 상승률을 크게 낮춰야 한다. 현재 흐름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물가를 억제할 정책 수단에도 한계가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제도가 물가를 0.4%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지만, 그 비용은 정유업계가 부담했다.
정유업계 손실은 약 3조원으로 추산되며 정부가 재정으로 이를 보전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지속 가능성이 낮고, 제도가 종료되면 억눌렸던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하고 담합과 매점매석을 점검하는 등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기업을 압박하거나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입선을 다양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산업구조 개편,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요인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수입물가를 자극하는 고환율이 안정돼야 식품과 외식 가격도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인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고 재정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하반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대책을 넘어 보다 지속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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