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확산에 제동…전력·인허가·주민 반발이 새 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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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거나 심사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AI 산업의 주요 병목으로 반도체와 전력 공급 부족이 꼽혔다면 최근에는 환경규제와 인허가, 지역사회 반발까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늦어질 경우 빅테크 기업이 투입한 자금의 회수 시점도 함께 밀리면서 AI 산업의 수익성 논란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는 최근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환경보호와 정보공개, 지역사회 협의 등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놨다.

앞으로 사업자는 주정부가 마련한 책임 있는 인프라 개발 기준을 수용하고 지방정부의 승인까지 받아야 환경 관련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전력 인프라 비용 부담도 강화된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신규 발전설비와 송·배전망 구축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해 대규모 전력 수요 증가로 발생한 비용이 일반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발표된 데이터센터 투자계획 가운데 실제 사업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낮다는 점도 있다.

펜실베이니아주가 파악한 데이터센터 사업계획은 100건을 넘지만 인허가 협의를 진행한 프로젝트는 58건, 실제 허가 신청까지 들어간 사업은 15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넘어 유럽·아시아로 규제 확산

데이터센터 규제는 미국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뉴욕주는 50메가와트(㎿) 이상 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조치를 내놨고, 텍사스에서는 전력망 안정성 문제로 일부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 연결 승인이 제한됐다.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를 금지한 사례도 나왔다.

지역사회 여론 역시 데이터센터 확대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전기요금 상승과 용수 사용 증가, 소음, 토지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AI 서비스의 필요성과 별개로 거주지역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반대하는 이른바 ‘사회적 허가’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과 기존 시설 확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전력망 여력이 부족할 경우 데이터센터를 가정과 의료, 제조업, 교통 분야보다 후순위로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노후한 전력망 역시 사실상 규제로 작용한다. 데이터센터 건물 자체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완공하더라도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기 위한 송전망 연결에 훨씬 긴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약 2년이 걸리는 반면 전력망 연결에는 최대 7년이 소요될 수 있다. 실제 전력 공급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 후보지에서 제외되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

건설 지연되면 AI 투자 회수도 늦어진다

데이터센터 규제 확대가 곧바로 AI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설 완공이 지연되면 대규모 AI 투자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시점도 늦어질 수 있다.

AI 기업이 고성능 GPU를 구매하고 토지를 확보하더라도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전력 연결이 완료되지 않으면 해당 자산을 연산 서비스에 활용할 수 없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초기 투자비가 크기 때문에 일정이 밀릴수록 금융비용 부담도 커진다. 완공 이후 가동률이 예상보다 낮거나 전력 공급이 늦어질 경우 현금흐름 창출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지역사회 반대 여부가 금융기관의 프로젝트 대출 심사에 반영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인허가 문제는 자금조달 위험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맥킨지는 2026년 가동 예정인 글로벌 데이터센터 용량 가운데 최대 절반이 허가와 전력망 연결, 주민 반대, 전력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 역시 데이터센터가 완공됐다고 해서 즉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가동 시점이 늦어질 경우 금융비용과 차환 부담, 투자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AI 산업의 경쟁은 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건설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환경 규제를 충족하면서 지역사회 동의까지 얻어 실제 데이터센터를 제때 가동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AI 관련 기업들의 높은 기업가치에는 향후 데이터센터가 계획대로 건설되고 AI 서비스 매출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이런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될 경우 투자 회수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AI 고평가 논란 역시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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