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방한에 커지는 ‘K-SMR 동맹’ 기대…상업성 입증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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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소형모듈원전(SMR) 산업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원전기업 테라파워와 SK, HD현대,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기업의 협력이 확대되면서 한국이 글로벌 차세대 원전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이츠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한성숙 국무총리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국내에서는 이번 방문이 테라파워와 한국 기업 간 협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참여는 이미 투자 단계를 넘어 기자재 제작과 설계, 시공, 공급망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주요 주주로 참여했고, HD한국조선해양도 같은 해 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은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에 들어가는 인클로저 시스템 우선 제조사로 선정됐다.

현대건설도 설계와 제작, 시공, 금융 등 다수 호기 건설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보호용기와 지지구조물, 내부구조물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테라파워, 실증 단계 넘어 실제 건설 착수

테라파워의 SMR 사업은 단순한 개발 구상을 넘어 실제 건설 단계에 들어갔다.

회사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와이오밍주 케머러 1호기 건설허가를 받았고 다음 달 공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 상업 규모의 비경수형 차세대 원자로가 건설허가를 받은 첫 사례로 평가된다.

장기간 제작이 필요한 주요 기자재 공급업체 선정도 진행되면서 한국 기업의 공급망 참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커지는 기대와 달리 미국 현지에서는 아직 테라파워 사업을 ‘상업성 검증 단계’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가장 큰 문제는 건설비다.

케머러 1호기의 예상 총사업비는 약 40억달러, 우리 돈 약 5조67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미국 에너지부가 최대 20억달러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테라파워와 민간 투자자가 부담한다.

정부 지원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만큼 향후 후속 원전이 공공 지원 없이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SMR 장점인 ‘반복 생산’ 효과 확인 필요

SMR은 기존 대형 원전과 다른 방식으로 경제성을 확보한다.

대형 원전은 한 기의 출력을 크게 높여 단위 발전량당 비용을 낮추는 구조다. 반면 SMR은 상대적으로 작은 원자로를 표준화해 공장에서 반복 생산함으로써 건설기간과 제조비용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동일한 설계의 원자로가 여러 기 연속으로 발주돼야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수 있다. 초기 실증 원전 한두 기만으로는 제조원가를 충분히 낮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와의 발전비용 차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글로벌 투자은행 라자드의 ‘2026 균등화발전비용(LCOE)’ 분석에 따르면 초기 SMR의 발전비용은 메가와트시(MWh)당 약 214달러로 추산됐다. 신규 유틸리티 태양광은 MWh당 40~98달러, 육상풍력은 37~99달러 수준으로 분석됐다.

다만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한다는 특성이 있어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원전과 단순 비용만으로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전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산업이 확대될 경우 안정적인 전력원으로서 SMR의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핵연료 HALEU 확보도 변수

연료 공급 역시 중요한 변수다.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는 기존 상업 원전보다 농축도가 높은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을 사용한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HALEU를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생산기반은 충분하지 않다.

테라파워는 관련 기업과 초도 노심 및 장기 연료공급 계약을 맺었지만 신규 농축시설은 아직 상업생산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HALEU 확보 문제로 케머러 1호기의 가동 목표가 당초 2028년에서 2030년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이 SMR 시장에서 실제 수혜를 얼마나 받을지는 테라파워의 첫 프로젝트가 예정된 비용과 일정 안에서 완공되는지에 달려 있다.

첫 원전에서 기술 안정성과 경제성을 입증하고 후속 수주가 이어진다면 기자재와 건설, 소재,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공사비 증가나 일정 지연, 연료 공급 문제가 반복된다면 상업화 속도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빌 게이츠의 방한은 한국과 테라파워 간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결국 ‘SMR 동맹’의 진짜 경쟁력은 첫 실증사업 이후 반복 발주와 원가 절감이 실제로 구현되는지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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