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스페이스X가 지상 이동통신망 구축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위성과 지상망을 결합한 독자 통신 서비스를 구축해 미국 대형 이동통신사들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상망 투자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통신장비 업체에도 새로운 공급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에코스타로부터 인수한 주파수 가운데 지상 통신용 대역을 활용해 이동통신망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존 스타링크는 지상 기지국이 닿기 어려운 지역을 위성으로 연결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다. 하지만 도심처럼 가입자가 밀집된 지역이나 실내에서는 위성통신만으로 대규모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스페이스X는 대형 기지국을 전국에 한꺼번에 설치하는 방식보다는 스타링크 안테나가 이미 설치된 건물 등에 소형 기지국인 펨토셀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필요한 지역부터 지상망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차세대 스타링크 모바일 위성도 내년부터 발사할 계획이며, 관련 이동통신 서비스는 내년 말 시작하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196억달러 들여 미국 전역 주파수 확보
스페이스X는 지상망 진출을 위한 주파수 확보에도 이미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회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에코스타가 보유한 미국 전역의 주파수 65메가헤르츠(㎒)를 총 19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5월 해당 거래를 승인했다.
주파수 확보는 스페이스X가 단순한 위성통신 사업자에서 종합 통신사업자로 이동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된다.
위성통신은 넓은 지역을 빠르게 커버하는 데 유리하지만 도심과 실내에서는 촘촘하게 구축된 지상망이 더 효율적이다. 특히 초저지연 통신과 대규모 동시 접속이 필요한 서비스에서는 지상 기지국의 중요성이 크다.
향후 자율주행차와 로봇, 드론 등 피지컬 AI가 확산하면 위성과 지상망을 함께 활용하는 통신 구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들 기기는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통신 음영지역을 최소화하고 연결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장기적으로 6세대 이동통신(6G) 시대에 기존 이동통신사와 유사한 영향력을 확보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추가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거나 기존 통신사 또는 통신 자산을 인수할 가능성도 변수다.
국내 통신장비 업체에도 기회
스페이스X가 실제 지상망 구축에 나서면 통신장비 수요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동통신망 구축에는 기지국과 안테나뿐 아니라 필터, 전력증폭기, 중계기, 스몰셀, 광트랜시버, 네트워크 시험·측정장비 등 다양한 장비와 부품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케이엠더블유(KMW), RFHIC, 쏠리드, LIG아큐버, 오이솔루션 등이 관련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KMW는 기지국용 안테나와 필터를 공급하고 RFHIC는 질화갈륨(GaN) 기반 전력증폭기를 주력으로 한다. 쏠리드는 실내와 음영지역에서 사용하는 중계기와 분산안테나시스템(DAS), LIG아큐버는 스몰셀과 망 시험·최적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오이솔루션은 기지국과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광트랜시버를 생산한다.
스페이스X뿐 아니라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 등이 경쟁 대응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할 경우 미국 통신장비 시장 전체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ZTE 등 중국산 통신장비의 자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업체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중국 공급업체가 배제될수록 삼성전자나 에릭슨 등 글로벌 장비업체를 통한 국내 부품사의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수혜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다. 스페이스X는 지상망 투자 규모와 구체적인 장비 조달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고, 확보한 65㎒ 주파수 역시 오랜 기간 주파수를 축적해온 미국 기존 통신사와 비교하면 제한적이다.
결국 국내 통신장비 업체의 실질적인 수혜는 스페이스X가 추가 주파수를 얼마나 확보하는지, 지상 기지국을 어떤 속도로 구축하는지, 글로벌 장비업체와 어떤 공급망을 구성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스페이스X의 지상통신 진출이 구체화될수록 위성통신과 이동통신의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 통신시장 경쟁 구도뿐 아니라 국내 무선통신 장비업계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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