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44조원·신용융자 33조원…증시 급락에 커지는 ‘빚투’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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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상승세를 기대하며 빚을 내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사상 처음 44조원을 넘어섰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3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된 상황에서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줄어드는 동시에 대출이자까지 오르면 투자자는 반대매매와 원리금 상환 부담을 함께 떠안을 수 있다.

증시 상승기에 수익을 키워줬던 레버리지가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증폭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빚투’는 빚을 내 주식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뜻한다. 자기자본보다 큰 금액을 운용할 수 있어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 원금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 투자에 활용하는 빚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을 이용해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빌린 돈은 증권계좌로 옮겨 주식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대출자의 자금 사용 목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제 주식 투자에 투입된 신용대출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증권사로부터 투자금을 직접 빌리는 신용거래융자도 대표적인 빚투 수단이다. 투자자는 증권계좌에 보유한 예수금이나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추가로 주식을 매수한다.

매수하려는 종목의 증거금률과 증권사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기자금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보유자금이 1000만원이라면 신용융자를 활용해 최대 2000만원 안팎의 주식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미수거래다. 투자자가 주식 매수대금 전액을 계좌에 넣지 않은 상태에서 증권사에 부족한 금액을 외상으로 빌려 주식을 사는 구조다.

국내 주식은 매매계약이 체결된 날로부터 2영업일 뒤에 결제가 이뤄진다. 미수거래를 이용한 투자자는 결제일까지 부족한 매수대금을 채워 넣거나, 매수한 주식을 처분해 미수금을 갚아야 한다.

종목별 증거금률에 따라 미수거래의 레버리지는 최대 다섯 배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 자기자금 1000만원으로 5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빠르게 늘지만 하락할 경우 손실도 같은 속도로 확대된다.

최근 금융권 통계는 빚을 활용한 투자가 상당한 수준까지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44조1584억원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4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 25일 잔액은 43조3363억원으로, 2022년 10월 말 기록한 43조6609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후 불과 20여일 만에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8000억원 넘게 증가하면서 44조원대에 진입했다. 증시 상승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자금 조달이 쉬운 마이너스통장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3조3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24일 신용융자 잔액이 38조6328억원까지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5조3002억원 감소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신용거래로 매수한 주식이 처분되거나 투자자들이 대출을 일부 상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초 기록한 27조4207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6조원 많다. 단기간 잔액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남아 있는 레버리지 규모는 과거보다 큰 상태다.

미수거래로 주식을 매수한 뒤 결제대금을 납부하지 못한 금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44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융자와 미수금은 증시가 상승할 때는 투자 수익을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비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투자자가 부족한 자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조정은 빚투 위험을 현실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다. 코스피시장은 이틀에 한 번꼴로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정 시간 정지하는 제도다. 현물시장의 과도한 가격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지만, 반복적으로 발동된다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6월 22일 9114.55를 기록했지만, 한 달 뒤인 7월 21일에는 6747.95까지 떨어졌다. 한 달 사이 하락률은 25.9%에 달했다.

시장지수가 4분의 1가량 하락하면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를 이용한 투자자의 담보가치도 크게 감소한다. 특히 주가 변동성이 높은 종목에 집중 투자한 경우 담보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투자자의 동의 없이 보유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증권사는 매각대금으로 빌려준 자금과 이자, 수수료 등을 회수한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이나 시점과 관계없이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시장가에 가까운 낮은 가격으로 매도 주문이 나오기 때문에 투자자의 손실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반대매매 규모도 증시 변동성과 함께 급증했다. 코스피지수가 상승 흐름을 보였던 지난 4월과 5월의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월평균 각각 147억원과 154억원이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6월에는 월평균 반대매매 규모가 694억원으로 늘었다. 5월과 비교하면 네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7월 9일에는 하루 동안 발생한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이 1422억원에 달했다. 하루 반대매매 규모가 4월 한 달 평균과 비슷한 수준까지 확대된 셈이다.

증시 하락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까지 시작되면서 빚투 투자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3년 6개월 만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과 증권사의 자금 조달 비용도 상승하고, 일정한 시차를 두고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신용융자 금리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마이너스통장 이용자는 실제 사용한 금액에 대해 매일 이자를 부담한다. 대출금리가 높아질수록 같은 금액을 사용하더라도 매월 내야 하는 이자가 증가한다.

주식 투자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대출이자까지 늘어나면 투자자가 느끼는 상환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주식을 매도하면 손실이 확정되고, 계속 보유하면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은행채 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은행채 AAA등급 6개월물 금리는 연 2.9%, 1년물은 연 3.3% 수준이었다. 지난 21일에는 각각 연 3.2%와 연 3.7%로 상승했다.

약 두 달 동안 6개월물 금리는 0.3%포인트, 1년물은 0.4%포인트 높아졌다. 은행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난 만큼 향후 가계 신용대출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가계의 신용위험이 빠르게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20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올해 1분기 19에서 2분기 31로 상승했다.

신용위험지수는 금융기관이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과 부실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앞으로 연체나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19에서 11로 낮아졌고, 중소기업은 33에서 31로 소폭 하락했다. 기업의 신용위험은 완화된 반면 가계의 위험은 오히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빚투의 또 다른 위험은 투자자의 추가 차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커지면 일부 투자자는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같은 종목을 추가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에 나선다.

자기자금으로 추가 투자하는 경우에도 손실 위험은 존재하지만, 대출이나 신용융자를 다시 이용하면 레버리지 규모가 더 커진다. 주가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기존 손실에 추가 투자금 손실까지 겹칠 수 있다.

신용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부족한 담보를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투자자는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해 예금을 깨거나 다른 대출을 받아 증거금을 납부할 수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주식 투자 손실이 금융회사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정상적인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취약차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매매가 투자자의 손실을 원금 이상으로 키울 위험도 있다. 증권사는 대출금을 신속하게 회수하기 위해 반대매매일 전 거래일의 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대량의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매도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 주가가 추가로 떨어지면 다른 신용거래 투자자의 담보비율도 낮아지고, 새로운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거래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연쇄작용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수익률보다 감당 가능한 손실 규모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빚을 활용한 투자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금액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투자금액이 커진 만큼 작은 주가 변동에도 계좌의 손익률은 크게 움직인다. 투자자가 예상한 방향과 반대로 시장이 움직일 경우 손실을 회복할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강제매각을 당할 수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빚투 자금을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이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을 실행할 때 고객이 해당 자금을 실제로 어디에 사용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대출자가 생활비나 사업자금으로 돈을 빌린 뒤 증권계좌로 옮겨도 금융회사가 이를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 일반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처럼 자금 용도가 명확하게 제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사도 투자자가 계좌에 입금한 돈이 근로소득이나 저축인지,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투자자의 전체 부채와 상환 능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신용융자와 미수거래에 대한 증거금률을 높이거나 한도를 줄일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강한 규제는 정상적인 투자와 시장 유동성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빚투 문제는 단순히 대출을 막는 방식보다 금융시장 전반의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용거래 잔액과 반대매매 규모, 가계 신용대출의 증가 속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 실패로 빚을 갚지 못한 개인이 취약차주로 전락할 가능성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금융시장의 건전성이 악화하기 전에 선제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와 담보비율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는 반대매매 물량이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지 않도록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마이너스통장과 고액 신용대출이 단기간 빠르게 늘어나는 차주를 중심으로 상환 능력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연체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취약차주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투자자 역시 대출이 가능한 금액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투자금액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승인했다고 해서 투자 손실까지 감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가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만 계산해서도 안 된다. 주가가 10%, 20%, 30% 하락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과 매월 부담해야 할 이자, 담보 부족으로 추가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생활비나 주거비,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투자에 투입하면 시장 하락이 개인의 일상과 생계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빚투 실패가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가계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시기에는 신용거래가 수익을 확대하는 도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증시가 급락하고 금리가 오르는 현재는 같은 구조가 투자자의 손실과 이자 부담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44조원과 신용거래융자 잔액 33조원은 시장에 상당한 규모의 차입자금이 들어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자금이 주가 하락과 함께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전체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과도한 신용공급이 투자자 손실과 금융회사 부실로 전이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취약차주 지원과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증시 변동성 완화 대책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에게도 레버리지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키워준 빚은 하락장에서 손실을 증폭시키는 가장 빠른 경로가 될 수 있다.

증시 급락과 기준금리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빚투가 개인의 선택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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