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100만원 쪼개기’ 막힌다…트래블룰 전액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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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을 100만원 미만으로 나눠 보내 자금 이동 추적을 피하는 이른바 ‘쪼개기 송금’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트래블룰 적용 기준이었던 100만원선을 없애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거래라면 금액과 관계없이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를 확인하도록 제도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에 대해서도 위험 수준에 따라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트래블룰은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 사이에서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적용된다. 거래소 등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보내면서 송금인과 수취인에 관한 정보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100만원 미만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었다. 한 번에 보낼 가상자산을 여러 차례로 쪼개면 트래블룰 적용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기준금액 자체가 사라진다. 국내 신고 가상자산사업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액수와 상관없이 트래블룰 적용 대상이 된다.

3개월간 216차례 분할 송금…규제 회피 차단

정부가 기준금액을 없애기로 한 배경에는 실제 소액 분할 거래를 이용한 규제 회피 사례가 있다.

FIU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한 이용자는 약 3개월 동안 가상자산거래소에 2억원을 입금한 뒤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매수했다. 이후 이를 100만원 미만으로 나눠 모두 216차례에 걸쳐 외부로 출고했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여러 차례 나눠 송금할수록 시간과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100만원 미만 금액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당국은 자금세탁 추적을 피하려는 거래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으로는 수취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된다. 송금 사업자로부터 받은 거래 정보가 부족하거나 누락된 경우 필요한 자료를 다시 요청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거래를 거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을 받는 사업자 역시 거래의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 거래소·개인지갑도 위험도에 따라 관리

국내 거래소뿐 아니라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와 개인지갑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정부는 해외 거래소를 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해 관리할 계획이다. 자금세탁 위험이 낮은 해외 거래소와는 가상자산 이전을 허용하지만, 그 밖의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은 원칙적으로 송금인과 수취인이 동일한 경우에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고위험 거래 대상으로 판단되면 가상자산 이전 자체가 금지될 수 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10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는 사업자가 자체적인 의심거래 관리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여러 개인지갑으로 가상자산을 분산시킨 뒤 다시 하나의 지갑으로 모으거나, 범죄 피해금으로 가상자산을 구입한 후 해외 고위험 거래소로 이동시키는 방식의 자금세탁을 탐지하기 위한 조치다.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규제가 국내 거래소 중심에서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거래소 신고 문턱도 높인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거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대주주 심사 범위부터 확대된다. 대표이사 또는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가 심사 대상에 포함되고,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에는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까지 심사를 받는다.

재무건전성 기준도 새로 적용된다. 이용자 예치금 등을 제외한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전문인력과 전산·보안설비를 확보하고 내부통제체계도 갖춰야 한다.

다만 기존 가상자산사업자에는 새로운 요건에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이번 제도 개편은 가상자산 규제의 초점이 단순한 거래금액에서 ‘자금의 이동 경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트래블룰의 100만원 기준이 없어지면 소액 거래를 반복해 규제를 피하는 방식은 사실상 차단될 전망이다.

시행 시점은 내용에 따라 다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요건 강화 조항은 오는 20일부터 적용된다. 트래블룰 전액 확대와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관련 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결국 앞으로 가상자산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를 보내느냐’보다 ‘누가 누구에게 보내느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 역시 국내외 가상자산 이동 경로를 보다 세밀하게 확인해야 하는 만큼 자금세탁방지와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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