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취약점 찾는 속도 못 따라가는 금융권…보안 대응 ‘병목’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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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보안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금융회사들이 전산망의 취약점을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찾아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발견한 뒤 이를 검증하고 실제 시스템에 보완조치를 적용하는 속도는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가 공격자에게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보안 대응 체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최근 발표한 ‘프런티어 AI와 사이버 복원력’ 관련 검토 결과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최첨단 AI를 활용해 소프트웨어와 전산시스템, 기반시설에 숨어 있는 취약점을 보다 빠르게 탐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수많은 코드와 시스템 설정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기존 방식으로는 찾기 어려웠던 위험 요소를 짧은 시간 안에 식별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취약점의 심각도를 분류하거나 어떤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완 단계에서는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금융회사들은 취약점을 발견하더라도 이를 검증할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실제 시스템을 수정할 수 있는 개발·운영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AI가 문제를 찾아내는 속도보다 사람이 이를 검토하고 패치를 적용하는 속도가 느리면서 보안 대응 과정에 병목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금융회사는 결제와 송금, 계좌관리 등 핵심 서비스를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해서 전산망을 즉시 중단한 뒤 수정하기 어렵다.

보완 패치를 충분한 검증 없이 서둘러 적용할 경우 기존 시스템과 충돌해 오히려 대규모 전산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에서 보안 대응 속도와 서비스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AI 보안 인력 부족도 부담

AI 확산은 금융권의 보안 인력 문제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사이버 공격에서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사칭과 자동화 악성코드,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을 찾는 제로데이 탐색 등 AI 기반 공격 수법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기존 네트워크와 시스템 보안 지식뿐 아니라 거대언어모델(LLM), AI 에이전트, 학습 알고리즘의 취약점까지 이해하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복합 역량을 갖춘 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조직 구조도 대응을 늦추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취약점 탐지와 시스템 운영, 위험관리, 최종 의사결정 권한이 여러 부서에 나뉘어 있는 경우 긴급한 보안 문제를 발견해도 실제 조치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클라우드와 외부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아진 점도 변수다. 금융회사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공급업체의 패치나 대응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AI, 방어뿐 아니라 공격에도 활용

문제는 공격자 역시 같은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AI가 운영체제와 웹브라우저 등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수의 취약점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사례가 등장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격리 환경에서 작동하던 AI 에이전트가 시스템의 약점을 스스로 찾아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사례도 보고됐다.

해커 조직들이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공격 대상을 선정하고 취약점을 탐색한 뒤 실제 침투까지 자동화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위협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금융권에서 특히 위험하다. 여러 금융회사가 동일한 클라우드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전산 인프라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나의 공통 시스템에서 취약점이 발견돼 공격에 이용될 경우 피해가 여러 금융회사로 동시에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을 맡고 있는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도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AI가 사이버 위험의 속도와 규모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별 금융회사의 작은 대응 지연이 외부 사업자와 공통 인프라를 통해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금융회사의 과제는 AI를 활용해 취약점을 얼마나 많이 찾아내느냐보다 발견된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면서도 안전하게 해결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FCA 역시 금융회사들이 취약점 검증과 보완, 패치 테스트,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어디에 병목이 발생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보안 문제를 발견하는 속도가 계속 빨라질수록 이를 처리하는 조직과 인력, 의사결정 체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의 AI 보안 경쟁도 이제는 ‘탐지 능력’보다 ‘실행 능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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