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나란히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판단하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에 이어 국제기구까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 3%대 성장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IMF는 8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인 1.9%보다 0.7%포인트 높인 수치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조정은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3.0%로 낮췄고, 선진국과 신흥국 전망도 대부분 하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향 조정을 기록했다.
영국과 중국, 태국, 브라질 등 일부 국가의 전망치는 소폭 높아졌지만,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은 기존 전망을 유지하거나 하향 조정됐다.
IMF는 세계 경제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과 AI 중심의 기술 혁신이라는 두 가지 흐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별 성장세도 에너지 공급 충격과 AI 산업 참여 정도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 AI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와 AI 하드웨어 수출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을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AI 하드웨어 순수출 주요 국가로 꼽으며 올해 1분기 성장세도 예상보다 강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 정세 악화와 무역 갈등, 일부 국가의 정책 대응 여력 약화 등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AI 역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소비와 금융시장에는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발표된 ADB의 아시아 경제전망에서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상향됐다. 지난 4월 전망보다 0.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은 2.0%로 제시했다.
ADB는 한국 경제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차질과 미국의 추가 관세,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물가 전망은 다소 높아졌다. ADB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2.7%, 2.2%로 예상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잇따라 한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올해 성장률을 3.7%,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1%로 예상했다. 씨티와 UBS, HSBC, 바클레이스, 골드만삭스, 노무라 등을 포함한 8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평균 전망치도 3.0%에 도달했다.
경제 지표 역시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5월 경상수지는 386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 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늘면서 1~5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성장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올해 한국 경제가 3%대 성장률에 근접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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