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제한 추진…개인 손실 56조원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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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체 투자금 중 일정 비율을 넘겨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최근 국내 증시 급락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기 전 개인투자자의 평가손실이 이미 56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29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핵심은 개인별 투자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체 투자금의 20%까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사례로 제시했다. 투자금이 1억원이라면 관련 상품에는 최대 2000만원까지만 넣을 수 있는 구조다.

과도한 거래에는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성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시장 과열 시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출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2배로 설계된 상품의 배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이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등락을 확대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주식이나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기초 종목이 하루 10% 오르면 2배 상품은 약 20%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10% 하락하면 손실도 약 20%로 커진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장기 수익률이 기초 종목의 단순 등락률과 달라질 수 있다. 상품이 매일 정해진 배율을 맞추기 위해 자산을 재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로 입은 평가손실이 50조원을 넘어섰다는 추산이 나왔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모하메드 아파바이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총괄은 국내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ETF 손실을 약 387억 달러로 추정했다. 한화로는 약 56조3000억원이다.

씨티 분석에 따르면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지난 6월 22일 525억 달러, 약 76조37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관련 상품의 시가총액은 최근 190억 달러, 약 27조6400억원까지 감소했다. 한 달여 만에 약 335억 달러, 한화 48조740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가격이 내려가는 동안에도 개인투자자의 추가 매수가 이어졌다. 씨티는 같은 기간 약 62억 달러, 한화 약 9조원의 신규 자금이 관련 상품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락한 상품을 추가로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가 계속되면서 개인투자자의 누적 손실이 시가총액 감소분보다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상품별로는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해당 상품의 시가총액은 고점 대비 약 170억 달러, 한화 약 24조7400억원 줄었다.

코스피200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은 약 105억 달러, 약 15조2800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도 고점보다 50억 달러 이상, 한화 약 7조28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승장에서 수익을 확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기초 종목의 낙폭보다 더 큰 손실을 낼 수 있다.

운용사가 레버리지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사고파는 과정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 관련 자산의 매도가 늘어나면 기초 종목의 하락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초 종목의 하락이 레버리지 ETF의 손실을 확대하고, 상품의 재조정 매매가 다시 주가에 하락 압력을 가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일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관련 상품의 광고를 제한하는 1차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기존 상품으로 자금이 계속 몰리고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되자 개인별 투자 한도까지 설정하는 추가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씨티의 추산대로라면 정부가 총량 규제를 논의하기 전 개인투자자의 평가손실이 이미 56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투자 한도를 실제로 적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투자자의 전체 자산을 한 증권사 계좌만으로 계산할지, 여러 금융회사 계좌를 합산할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국내 상품만 제한할 경우 투자자가 해외 증시에 상장된 고배율 ETF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당분간 금융시장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24시간 시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레버리지 ETF 규제와 함께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지배구조 개선, 코스닥시장 체질 개선 등 자본시장 안정 대책도 추진한다.

개인투자자 역시 레버리지 ETF를 일반 주식과 같은 상품으로 봐서는 안 된다. 기초 종목의 장기 상승을 예상하더라도 중간 변동성이 크면 손실이 누적될 수 있어서다.

특정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금 대부분을 집중하면 증시 급락 시 자산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20% 투자 한도는 이 같은 집중 위험을 줄이려는 조치다.

정부가 개인의 투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으면서 시장 변동성과 대규모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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