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으로 방향 튼 한국은행…기준금리 3% 진입 가능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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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긴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물가 상승과 고환율,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완화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번 금리 인상은 외환시장 안정과 외국인 자금 유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기업의 투자비용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높여 소비와 내수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함께 달성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사이의 균형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1월 이후 42개월 만이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도 줄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3.50~3.75% 수준인 상황에서 양국 간 금리 차이는 기존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축소됐다.

금리 격차가 좁아지면 상대적으로 한국 금융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줄이고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금리 인상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인다. 대출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기업은 설비투자를 미룰 수 있고, 가계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통화긴축이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둔 배경에는 경제 여건의 변화가 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상승 압력이 커졌다.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한 점도 금리 인상을 앞당긴 요인이다. 반면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할 필요성은 이전보다 줄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초부터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1월과 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를 기록했지만, 중동 지역의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3월에는 2.2%, 4월에는 2.6%로 높아졌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3%대로 올라섰다. 6월에도 3.2%를 나타내 두 달 연속 3%대 상승세가 이어졌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뿐만 아니라 전력, 운송, 제품 생산 비용까지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여기에 원화 약세가 겹치면 같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는 데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해진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480원대로 내려왔지만, 지난 6월 초에는 1560원대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500원대에서 움직이면서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최근 환율 하락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발행으로 조달한 달러 자금이 원화로 환전될 것이라는 기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같은 자금 유입은 일회성 요인일 수 있어 환율이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정책도 한국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지만, 연내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한미 금리 차이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데에는 한미 금리 차이를 줄이고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화 약세를 방치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이 다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과 가계대출도 통화당국이 경계하는 핵심 변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확대됐다. 증시 강세로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신용대출도 증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잔액은 1866조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2023년 초의 1736조원과 비교하면 약 130조원 증가한 규모다.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집값과 주가가 오르면 차입을 통한 자산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대출 증가가 자산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는 흐름이 형성되면 금융시장의 불균형도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통해 과도한 대출 수요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억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금융안정을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성장 전망이 개선된 점은 한국은행의 부담을 줄여줬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이 소비와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지만, 현재는 수출 호조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전망치인 2.6%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치다.

정부 전망대로 올해 경제가 3% 성장한다면 코로나19 이후 기저효과로 4.7% 성장했던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은행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의 관심이 이번 인상 자체보다 향후 인상 폭과 속도에 집중되는 이유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공식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8월의 금리 결정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물가와 환율, 부동산, 가계대출 상황에 따라 8월에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2.75%인 만큼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인상하면 연 3.00%가 된다.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거나 물가 불안이 지속될 경우 이르면 8월부터 기준금리 3% 시대가 시작될 수 있다.

통화긴축 전환은 정부의 재정정책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린 약 800조원 규모로 편성하는 확장재정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은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돈을 풀면 정책 효과가 서로 충돌할 수 있다. 통화당국은 물가를 낮추려 하고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려는 엇갈린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어서다.

확장재정이 필요하더라도 지출 대상을 정교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현금성 지원이나 소비성 지출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취약계층 보호와 생산성 향상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동시에 물가와 가계부채, 환율을 안정시키고 첨단기술과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

기업은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발행과 금융권 대출에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기업은 신규 공장 건설과 연구개발, 설비투자를 축소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

단기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더라도 미래 성장동력까지 약화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와 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안전자산의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예금이나 채권으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단일 종목의 등락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와 프로그램 매매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통화긴축 과정에서 자본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긴축으로의 통화정책 전환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은 6월 11일 정책금리를 올린 데 이어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유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랫동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일본은행도 16일 기준금리를 연 1.0%로 높였다.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주요국의 통화긴축 흐름에 합류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과 물가가 상승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국내에서도 높은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기업과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액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차주가 추가로 부담하는 연간 이자는 전체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차주 한 명당 연간 평균 이자 부담은 약 29만6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 규모가 크거나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가구일수록 실제 부담은 평균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의 부담은 더욱 크다. 금융기관과 대출상품을 합쳐 세 개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1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1인당 연간 추가 이자 부담은 평균 약 65만원에 달한다. 소비 둔화와 원가 상승을 겪는 자영업자에게는 금리 인상이 경영난을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물가를 안정시키면서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충격을 줄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은행의 긴축과 정부의 확장재정이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도록 정책 목표와 지원 대상을 조율해야 한다.

금리 인상이 물가와 환율 안정에 기여하고 정부 재정이 취약계층과 미래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눈다면 정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엇갈린 방향으로 추진되면 물가 안정 효과는 약화하고 재정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일관되고 정교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42개월 만에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은 단순히 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진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저금리와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던 경제정책이 물가와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는 의미가 크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 연 3%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지, 정부가 긴축 통화정책과 확장재정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시장과 가계,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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