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수혜가 반도체를 넘어 핵심 전자부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국내 기술주 가운데 삼성전기를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삼성전기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256만원에서 262만원으로 높였다. 시장 상황이 긍정적으로 전개되는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300만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기존 국내 기술주 최선호주였던 삼성전자 대신 삼성전기를 선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모건스탠리가 삼성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핵심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고성능 전자부품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MLCC다. MLCC는 전자제품 내부에서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물론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에도 대량으로 사용된다.
특히 AI 서버는 기존 범용 서버보다 높은 연산 성능을 요구하고 전력 소비량도 크다.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 중요해지면서 고성능 MLCC의 탑재량과 요구 사양이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AI 관련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MLCC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 장기화하면서 필요한 부품을 미리 주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선주문이 확산하면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향후 수요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 동시에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경우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기에는 물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가격과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MLCC 판매 비중까지 높아지면 매출 증가 이상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흐름을 근거로 삼성전기의 마진과 주당순이익(EPS)이 시장의 기존 예상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AI 매출 비중 20%에서 31%로 확대 전망
삼성전기의 사업 구조가 AI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기 전체 매출에서 AI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약 20%에서 내년에는 31%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1년 사이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이 AI와 관련된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전기가 그동안 스마트폰과 PC 등 전통적인 IT 제품의 업황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 앞으로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수요처가 실적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MLCC와 함께 반도체 패키지용 ABF 기판도 주요 성장 동력으로 평가됐다.
AI용 주문형반도체(ASIC)를 비롯한 고성능 칩이 발전할수록 반도체 패키지 역시 대형화·고사양화한다. 하나의 칩에서 처리하는 데이터가 증가하고 필요한 전력량도 커지면서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패키지 기판의 성능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다층·대형 ABF 기판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기의 ABF 사업이 장기간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와 비교해 2030년 ABF 매출이 4~5배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기가 AI 반도체용 기판 수주를 확대하는 동시에 베트남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평가했다.
MLCC·ABF 동시 성장…차세대 기판까지 준비
삼성전기가 MLCC와 ABF 기판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성장하면 단순히 서버 숫자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의 성능도 함께 높아진다. 삼성전기는 전력 안정성에 필요한 MLCC와 고성능 반도체에 필요한 패키지 기판을 모두 사업 포트폴리오에 갖추고 있어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효과를 복수 사업에서 흡수할 수 있다.
여기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시장을 겨냥한 유리기판과 실리콘 커패시터 등 신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MLCC와 ABF가 현재의 실적 성장을 담당한다면 차세대 제품은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증시도 이 같은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13일 오후 2시 50분 기준 삼성전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약 13.6% 오른 151만8000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장중에는 154만8000원까지 상승했다. 거래량은 약 91만주, 거래대금은 1조3700억원을 넘어섰다.
모건스탠리의 목표주가 상향과 최선호주 선정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가운데 미국 반도체주 강세도 국내 AI·반도체 관련 종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AI 투자 경쟁의 수혜 범위가 GPU와 메모리 반도체에서 서버 내부의 핵심 부품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기의 향후 실적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특히 MLCC 선주문이 실제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는지, AI용 ABF 기판 매출이 예상대로 확대되는지가 중장기 성장세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