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의 반도체 글라스기판 사업을 담당하는 앱솔릭스가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로 확보한다. 고객사 인증과 생산수율 개선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글라스기판의 본격적인 상업화와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SKC는 21일 앱솔릭스가 총 4011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에 따라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앱솔릭스 지분은 SKC가 70.05%,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가 29.95%를 보유하고 있다. 각 주주는 내부 절차를 거쳐 신주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증자의 핵심은 단순한 연구개발 자금 확보가 아니다. 앱솔릭스가 개발 단계에서 실제 고객사 인증과 양산 준비 단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4000억원 어디에 사용하나
조달한 자금은 크게 고객사 평가·인증과 생산공정 개선에 투입된다.
반도체 기판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곧바로 양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사의 성능·신뢰성 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대량생산에서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수율을 확보해야 한다.
앱솔릭스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 수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 공장의 설비와 장비를 개선하고 생산공정의 수율과 품질을 높이는 데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글라스기판 사업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가 수율이다. 기술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더라도 불량률이 높으면 생산원가가 올라가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투자는 ‘글라스기판을 만들 수 있는가’에서 한 단계 나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경제성 있는 수준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임베딩·논임베딩 제품 동시 상업화
앱솔릭스는 현재 임베딩과 논임베딩 방식의 글라스기판을 동시에 상업화하고 있다.
임베딩 제품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한 샘플의 전기적 특성 등 사전 평가를 마치고 신뢰성 평가 단계에 진입했다.
논임베딩 제품 역시 하반기 공급업체 선정이 예정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최종 공급사로 선정될 경우 연내 기술검증(PoC)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는 앱솔릭스의 사업 진행 상황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아직 대규모 양산 계약이 확정된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고객사와 제품을 실제로 검증하는 상업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고객사 평가 결과와 단계별 마일스톤을 확인하면서 추가 투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증설 역시 고객사 인증과 실제 상업화 진행 상황에 맞춰 추진할 계획이다.
왜 AI 시대에 글라스기판이 주목받나
글라스기판은 AI 반도체 성능 경쟁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AI 가속기와 고성능컴퓨팅(HPC) 반도체는 하나의 패키지 안에 GPU·CPU·HBM 등 여러 반도체를 고밀도로 연결해야 한다. 칩의 크기와 전력소모가 증가하면서 기존 유기기판이 가진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패키징 소재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유리 소재를 사용하는 글라스기판은 높은 평탄도와 치수 안정성 등의 장점을 활용해 미세 배선과 대형 패키지 구현에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AI 반도체 패키징 시장이 성장하면 글라스기판 시장 역시 확대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기술적 장점이 곧바로 상업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세가공 기술과 생산수율, 가격 경쟁력, 고객사 인증 등이 모두 충족돼야 기존 기판을 대체할 수 있다.
SKC 투자자라면 무엇을 봐야 하나
이번 4011억원 유상증자는 앱솔릭스의 글라스기판 사업이 상업화 준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유상증자 규모’보다 이후의 마일스톤이 훨씬 중요하다.
특히 ① 임베딩 제품의 신뢰성 평가 통과 여부, ② 논임베딩 제품의 고객사 선정과 PoC 착수, ③ 조지아 공장의 수율 개선, ④ 실제 양산 고객 확보, ⑤ 추가 대규모 증설 결정을 차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글라스기판은 AI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라 시장의 기대가 큰 분야지만 아직 본격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확인해야 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유상증자의 진짜 성과는 4011억원을 확보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이 자금을 투입한 뒤 앱솔릭스가 고객사 인증을 통과하고 실제 양산 계약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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