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4나노 경쟁 ‘속도보다 완성도’…2나노 수율 확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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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무조건적인 속도전보다 기술 완성도와 양산 안정성을 우선하는 전략을 택했다. 1.4나노 공정 양산 시점을 2029년으로 조정하고 차세대 노광 기술인 하이NA(High-NA) EUV도 1나노 공정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TSMC와 인텔이 각각 1.4나노급 공정 양산을 2028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일정은 약 1년 늦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당장 1.4나노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현재 주력인 2나노 공정의 수율과 생산성을 안정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당초 2027년으로 제시했던 1.4나노 공정 양산 목표를 2029년으로 늦췄다. 동시에 하이NA EUV를 1.4나노에 적용하는 대신 1나노 공정부터 양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NA EUV는 기존 EUV 장비의 수치개구수(NA)를 0.33에서 0.55로 높인 차세대 노광 기술이다. 반도체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더욱 정교한 패턴을 웨이퍼에 구현해야 하는데, 높은 NA를 활용하면 기존 장비보다 미세한 회로를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새로운 장비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양산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비 가격과 공정 비용뿐 아니라 수율, 생산성, 장비 안정성 등을 모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창민 삼성전자 마스터는 최근 ‘2026 차세대 리소그래피+패터닝 학술대회’에서 2나노와 1.4나노에 하이NA EUV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직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4나노까지 기존 0.33NA EUV를 이용한 멀티패터닝 기술을 중심으로 양산하고 하이NA EUV는 2030년께 1나노 공정부터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당장의 승부처는 ‘2나노’

1.4나노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단기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은 2나노가 됐다.

파운드리에서는 공정의 숫자를 얼마나 빨리 낮추느냐만큼 실제 양산에서 얼마나 높은 수율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수율이 충분하지 않으면 생산량을 늘려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칩의 비율이 떨어져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고객사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현재 2나노 공정의 수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2나노 수율을 개선하면서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 생산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비롯한 생산거점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2나노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양산 실적을 만드는 것이 이후 1.4나노와 1나노 경쟁에서도 중요하다. 최첨단 공정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결국 고객사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사 TSMC는 삼성전자보다 1.4나노 양산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TSMC는 대만 타이중 과학단지에 1.4나노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2027년 시험 생산을 거쳐 이르면 2028년 대량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2029년보다 약 1년 빠르다.

흥미로운 점은 TSMC 역시 1.4나노 공정에서 하이NA EUV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TSMC는 기존 EUV, 인텔은 하이NA 승부수

TSMC는 1.4나노급 A14 공정에 검증된 0.33NA EUV 멀티패터닝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새로운 노광장비를 빠르게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장비와 공정기술을 활용해 수율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하이NA EUV를 서둘러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1.4나노 양산 시점에서는 차이가 나타나는 셈이다.

반면 인텔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인텔은 1.4나노급으로 평가되는 ‘인텔 14A’에 하이NA EUV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차세대 노광장비를 경쟁사보다 먼저 양산공정에 투입해 선단공정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4A에는 하이NA EUV뿐만 아니라 2세대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와 후면 전력공급 기술인 ‘파워다이렉트’도 적용할 예정이다. 2027년 리스크 생산을 시작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먼저 도입한다고 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 바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최첨단 공정은 개발비와 설비투자 비용이 막대한 만큼 충분한 고객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인텔 역시 14A에서 대형 외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선단공정 개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전략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TSMC는 기존 EUV 기술을 활용하면서 1.4나노 양산 시기를 앞당기고, 인텔은 하이NA EUV를 먼저 투입해 기술 선점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1.4나노와 하이NA EUV 적용 시점을 늦추는 대신 현재 2나노 공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1.4나노 양산이 경쟁사보다 1년 늦다는 사실보다 그 기간 동안 2나노에서 얼마나 높은 수율을 확보하고 대형 고객사를 추가로 끌어들이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초미세공정 경쟁이 단순한 ‘나노 숫자 경쟁’을 넘어 실제 생산성과 고객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나노에서 양산 경쟁력을 입증하고 이를 1.4나노와 1나노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점유율을 좌우할 핵심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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