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부터 물류로봇, 사족보행로봇, 휴머노이드까지 로봇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로봇과 결합하는 ‘피지컬 AI’가 주목받으면서 로봇산업에 대한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런데 로봇 시장의 성장과 로봇기업의 실적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내 대표 로봇기업들의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매출이 크게 증가한 기업조차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하다. 로봇을 많이 파는 것과 로봇으로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 매출 3배 넘게 뛰었지만
대표적인 사례가 두산로보틱스다.
두산로보틱스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약 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98억원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외형만 보면 상당한 성장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약 2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약 278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매출 증가폭을 생각하면 수익성 개선 속도는 더디다.
특히 주력인 협동로봇 사업만 떼어놓으면 문제가 더욱 뚜렷해진다.
상반기 협동로봇 부문 매출은 약 204억원인데 영업손실은 약 262억원에 달했다. 연결조정 이전 기준이지만 본업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두산로보틱스가 미국 자동화 솔루션 기업 원엑시아를 인수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로봇 한 대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의 생산라인에 필요한 자동화 시스템 전체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제는 ‘로봇 제조사’보다 ‘공장 자동화 솔루션 회사’에 가까워지려는 전략이다.
왜 로봇만 팔아서는 돈 벌기가 어려울까
로봇 제조업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로봇을 개발하려면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모터, 센서, 제어기 등 다양한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 로봇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와 안전기술까지 개발해야 한다.
연구개발 비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품을 판매한다고 개발비가 곧바로 회수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처럼 수십만~수백만대 규모의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도 어렵다. 산업용 로봇은 고객마다 요구하는 작업환경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장 A에서 필요한 용접로봇과 공장 B에서 필요한 물류로봇은 요구사항부터 다르다.
결국 로봇 제조사가 제품을 판매한 뒤에도 설치와 프로그래밍, 공정설계, 유지보수 같은 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 로봇업계에서 중요해진 개념이 **SI(System Integration·시스템 통합)**다.
로봇 자체보다 로봇을 이용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체 시스템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보여주는 또 다른 고민
레인보우로보틱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26년 상반기 매출은 약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104억원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영업손실은 약 35억원에서 약 36억원으로 오히려 조금 늘었다.
매출은 두배가 됐는데 적자는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원인 중 하나는 비용 증가다.
판매관리비는 전년 동기 약 76억원에서 약 114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구개발비 역시 약 39억원에서 약 64억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매출의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구개발에 사용한 셈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한 종류의 로봇만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협동로봇뿐만 아니라 사족보행로봇과 자율이동로봇, 모바일 휴머노이드 및 관련 소프트웨어까지 여러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면 필요한 투자지만 현재의 손익계산서에서는 비용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로봇기업을 평가할 때 현재 영업이익만 보는 것도 위험하고, 반대로 미래 성장성만 보고 적자를 무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연구개발 투자가 실제 제품과 매출, 그리고 궁극적으로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뉴로메카는 매출 구성까지 악화
뉴로메카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상반기 매출은 약 58억원으로 전년 동기 약 66억원보다 12%가량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약 82억원에서 약 96억원으로 확대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무엇을 팔았느냐다.
로봇 단품 매출은 약 27억원에서 33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공정자동화 매출은 약 39억원에서 26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로봇 판매는 증가했는데 회사 전체 매출은 줄어든 셈이다.
이 숫자는 로봇산업의 사업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로봇 한 대를 판매하는 것보다 로봇과 주변 장비, 소프트웨어, 생산공정을 묶은 자동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이 계약 규모를 키우는 데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로봇 판매량 자체가 아니라 한 고객으로부터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로봇 제조사’에서 ‘자동화 플랫폼 기업’으로
이 때문에 국내 로봇기업들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가 로봇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다음 단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고객의 생산현장을 통째로 자동화하는 솔루션 사업으로 이동하려 한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물류공정을 자동화한다고 가정해보자.
단순한 로봇 제조사는 로봇팔이나 이동로봇을 판매하면 사업이 끝난다.
반면 솔루션 기업은 공장의 작업동선을 분석하고 필요한 로봇을 선정한 뒤 비전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하고 생산관리시스템까지 통합할 수 있다.
같은 로봇을 사용하더라도 기업이 가져갈 수 있는 부가가치가 달라진다.
AI 기술의 발전은 이런 변화를 더욱 빠르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피지컬 AI 시대의 승자가 꼭 로봇 제조사는 아니다
앞으로 로봇산업의 경쟁구도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AI가 로봇에 탑재되면서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어떤 로봇을 만들었느냐보다 로봇이 주변 환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그렇게 되면 로봇산업도 스마트폰 산업과 비슷한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부품을 만드는 기업과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 운영체제를 보유한 기업,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가져가는 부가가치는 서로 다르다.
로봇 역시 액추에이터·감속기 같은 핵심부품부터 완제품, AI 모델, 운영 소프트웨어, 자동화 솔루션까지 가치사슬이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반드시 로봇을 직접 제조하는 기업이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는 보장은 없다.
로봇주를 볼 때 ‘매출 성장률’만 보면 안 되는 이유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로봇기업을 바라보는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
매출이 몇 퍼센트 증가했는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는지, 연구개발비 증가보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로봇 단품에서 솔루션으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는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프트웨어·서비스 매출을 만들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특히 생산량 증가에 따라 제조원가가 실제로 떨어지는지도 중요하다.
로봇기업들이 생산공장을 확대하고 핵심부품 내재화에 나서는 이유 역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다.
다만 공장과 연구개발에 먼저 막대한 돈을 투입한 뒤 충분한 주문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정비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결국 로봇산업의 진짜 승부는 ‘로봇을 만들 수 있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로봇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판매한 로봇 한 대에서 지속적으로 얼마를 벌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로봇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는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한다고 모든 로봇기업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지금 국내 로봇 3사의 적자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그 현실이다. 로봇산업의 다음 경쟁은 기술력뿐 아니라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