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회사를 AI 플랫폼 사업과 계열사 투자·관리 사업으로 나누는 인적분할에 나선다. 복잡한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각 회사의 성격에 맞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전략이지만, 증권가에서는 분할만으로 할인 요인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설법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회사를 나누기로 했다.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분할비율은 카카오X 63.5%, 카카오AI 36.5%다.
카카오X는 기존 상장을 유지한 채 변경상장하고, 카카오AI는 재상장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27일 유가증권시장에 다시 상장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은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카카오 주주는 보유 지분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받게 된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물적분할 과정에서 반복됐던 기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피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AI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와 광고, 커머스를 결합하는 플랫폼 사업을 담당한다. 이용자의 관계와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활용해 검색과 추천, 구매·결제까지 연결되는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카카오X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투자자산이 남는다.
카카오는 카카오X를 단순 지분관리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전문 투자회사로 육성할 계획이다.
분할 발표에도 주가 하락
시장 반응은 기대와 달리 냉담했다.
분할 계획이 발표된 당일 카카오 주가는 7% 넘게 하락했다. 이후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췄다. 메리츠증권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5만2000원에서 3만7000원으로 낮췄다. 삼성증권과 하나증권 등도 목표가를 하향했다.
증권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카카오X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지주회사 할인이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X를 법적인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분할 이후 기업가치의 상당 부분이 자회사 지분과 투자자산에서 나오는 만큼 시장에서는 사실상 투자지주회사와 유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지주회사들은 통상 보유 자산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다. 자회사 가치가 중복 반영되는 문제와 자본 배분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카카오X의 적정가치를 계산하면서 30% 수준의 지주회사 할인율을 적용했고, 상황에 따라 할인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톡과 계열사 시너지 약화 우려
분할 이후 플랫폼과 계열사 간 연결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은 카카오톡의 이용자 기반과 트래픽을 활용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분할 이후 두 회사가 각각 독립된 상장사로 운영되면 거래조건과 비용 배분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카카오톡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는 플랫폼과의 결합력이 약해질 경우 기존 성장 프리미엄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카카오AI 입장에서도 금융과 콘텐츠, 모빌리티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줄어든다면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형성된 플랫폼 생태계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복합기업 할인을 줄이기 위한 분할이 오히려 그룹 내 서비스 결합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 사업 수익성도 아직 검증 단계
카카오AI의 미래 기업가치를 결정할 핵심은 결국 AI 사업의 수익성이다.
카카오는 2030년까지 AI 서비스 일간활성이용자 수를 2000만명 이상으로 늘리고 플랫폼 체류시간을 50%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 20%, 매출 6조원 이상, AI 관련 매출 1조원 이상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생성형 AI 개발과 서비스 운영에는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하고, 이용자 증가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시장이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하려면 실제 AI 서비스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 신뢰 회복도 과제다.
카카오에는 이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상장 자회사가 존재한다. 향후 카카오모빌리티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비상장 계열사의 추가 상장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 ‘중복상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계속될 수 있다.
카카오는 두나무 지분 매각이익 가운데 투자원금과 세금을 제외한 금액의 약 30%인 3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하기로 했다. 카카오X도 앞으로 자회사 배당과 투자수익의 30%를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번 인적분할은 기업가치 재평가의 출발점일 뿐 결과를 보장하는 카드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카카오AI가 실제 AI 서비스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입증하고, 카카오X가 명확한 자본 배분과 주주환원 정책을 보여줄 때 비로소 분할 효과가 기업가치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