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전반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기 위한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섰다. AI 모델 개발과 데이터 인프라 구축 분야의 전문가를 동시에 영입해 반도체 설계부터 공정, 제조까지 이어지는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딥러닝과 비전 AI 분야 전문가인 한보형 펠로우와 데이터 엔지니어링 전문가인 한태린 상무를 영입했다. 두 사람은 각각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활용할 AI 모델과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에 AI와 데이터 활용 능력이 빠르게 추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세공정이 고도화하고 반도체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역시 크게 늘어난다.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내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삼성전자가 AI 전문인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보형 펠로우는 반도체 R&D 업무에 특화된 AI 모델 개발을 주도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조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한 펠로우는 이미지와 영상에서 사물이나 특정 패턴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비전 AI’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비전 AI 기술을 반도체 개발과 제조 과정에 적용하면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사람이 놓치기 쉬운 패턴이나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는 웨이퍼와 회로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결함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느냐가 생산성과 직결된다. AI를 활용한 분석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한태린 상무는 이 같은 AI 기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 상무는 서울대 기계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메타에서 시니어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근무했고, 2025년에는 페르소나에서 시니어 개발자로 활동했다.
삼성전자가 한 상무에게 맡긴 핵심 업무는 ‘AI Ready Data’ 구축이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학습과 분석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정제하고 표준화하는 작업이다.
AI 모델의 성능은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AI가 공정 이상을 분석하거나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판단을 지원하는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두 전문가의 역량을 결합해 반도체 사업의 AI 전환을 가속할 계획이다. 한쪽에서는 반도체 업무에 최적화한 AI 모델을 개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해당 모델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적용 범위도 연구개발에만 머물지 않는다. 설계 단계에서는 AI를 활용해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공정과 제조에서는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전략은 AI를 개별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가 아니라 반도체 개발과 생산 과정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에서 미세공정과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한 개발 속도와 제조 효율성까지 중요한 경쟁 요소로 떠오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AI와 데이터 분야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관련 역량을 조직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AI 반도체의 경쟁 무대가 단순한 연산 성능을 넘어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느냐’로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AI 인프라를 겨냥해 CPO(Co-Packaged Optics)와 메모리를 결합하는 기술 로드맵을 제시한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AI·고성능컴퓨팅(HPC)에 활용할 CPO 기술의 발전 방향을 연구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SK하이닉스와 버지니아대학교를 비롯해 UIUC, NTU, MIT, 연세대학교 연구진 등이 참여했다.
핵심은 기존의 구리 배선을 이용한 전기적 데이터 전송을 점차 ‘빛을 이용한 광통신’으로 바꾸는 것이다.
AI 반도체가 빨라질수록 커지는 ‘데이터 병목’
GPU와 AI 가속기의 연산 능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칩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좋아져도 데이터를 공급하고 다른 칩으로 전달하는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 성능을 높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수많은 GPU와 AI 가속기, HBM 등의 메모리가 데이터를 끊임없이 주고받는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구리 기반 전기 배선은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호 손실이 증가하고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AI 클러스터 규모가 커질수록 데이터 이동 자체가 시스템 성능과 전력효율을 제한하는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
CPO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가운데 하나다.
CPO는 프로세서 가까이에 광 송수신 장치를 배치해 전기 신호가 이동하는 거리를 최소화하고, 이후의 장거리 데이터 이동을 빛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광통신을 활용하면 높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확보하면서 전력 소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목표는 100Tb/s 이상 대역폭
SK하이닉스와 연구진이 제시한 차세대 AI 인프라의 기술 목표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노드당 100Tb/s 이상의 데이터 전송 대역폭, 비트당 1pJ 미만의 에너지 소비, 칩 간 10ns 미만의 지연시간을 목표로 제시했다.
패키징 구조 역시 현재의 2D 방식에서 2.5D 인터포저를 거쳐 궁극적으로 3D 이종집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쉽게 말해 AI 반도체를 구성하는 연산칩·메모리·광통신 장치를 점점 더 가깝게 배치하면서 데이터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변화는 ‘메모리의 광 연결’
SK하이닉스의 전략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CPO를 GPU와 GPU 사이의 연결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까지 확대하려 한다는 점이다.
현재 AI 시스템에서는 GPU 주변에 배치할 수 있는 HBM의 물리적인 공간과 용량에 한계가 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필요한 메모리 용량도 증가하기 때문에 연산 성능뿐만 아니라 ‘GPU 주변에 얼마나 많은 메모리를 배치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SK하이닉스가 제시한 광 인터포저 기반 구조에서는 이런 물리적 제약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연산칩과 메모리를 광 연결로 구성하면 여러 AI 가속기가 대규모 메모리 자원을 공유하는 메모리 풀링(memory pooling) 구조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AI 서버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HBM 다음 경쟁은 ‘메모리 시스템’
이 기술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SK하이닉스의 사업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핵심 경쟁력은 HBM이었다. GPU 옆에 고성능 HBM을 공급하는 ‘메모리 제조사’가 주요 역할이었다.
하지만 CPO와 광 인터커넥트가 메모리까지 확대되면 경쟁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빠른 메모리 칩을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AI 가속기와 메모리를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여러 가속기가 메모리 자원을 어떻게 공유하도록 설계할 것인지까지 메모리 업체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단일 제품 공급을 넘어 고객의 시스템 전체 경쟁력을 만드는 파트너로 진화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CPO가 곧바로 현재의 AI 서버 구조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광소자를 반도체 패키지 내부에 집적하려면 생산수율과 제조원가를 해결해야 하고, 열이 많이 발생하는 AI 가속기 주변에서 광소자의 성능과 신뢰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패키징과 냉각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당장의 매출 증가보다는 SK하이닉스가 HBM 이후 AI 메모리 기술의 방향을 어디로 설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술 로드맵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장기적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명확하다.
GPU 성능 경쟁 → HBM 대역폭 경쟁 → 칩 간 연결 경쟁 → 광 인터커넥트와 공유 메모리 경쟁으로 AI 인프라의 병목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흐름이 현실화한다면 향후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력은 ‘가장 빠른 GPU’나 ‘가장 빠른 HBM’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연산·메모리·패키징·광통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묶느냐가 다음 경쟁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확산하면서 기존 다이어트 앱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진료와 복약관리, AI 건강 코칭 등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서 헬스케어 앱들이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비만 치료제는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만 가격과 부작용, 투여 방식 등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용자들은 설사와 췌장염, 근육통, 탈모 등 부작용 관련 정보를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부작용을 우려한다고 해서 치료제 사용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처방 병원과 약값, 관리 방법 등 실제 이용과 연결되는 정보를 추가로 찾는 흐름이 나타났다. 약은 사용하되 불편과 위험을 별도의 서비스로 관리하려는 수요가 커진 셈이다.
가장 먼저 수혜를 본 곳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 등 주요 서비스의 월간활성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닥터나우의 월간 이용자는 위고비 출시 전후 한 달 사이 40% 넘게 증가했고, 올해 7월에는 50만명 수준까지 확대됐다. 나만의닥터 역시 비만 치료제 출시 시기마다 이용자가 늘면서 올해 7월 52만명을 넘어섰다.
비만 치료제 이용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앱도 등장했다. 비비드헬스의 ‘삐약’은 주사 용량과 투여 날짜를 기록하면 다음 투여일을 알려주고, 체내 약물 농도 변화와 병원·약국별 가격 및 재고 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이 직접 작성하는 부작용과 만족도 후기까지 축적되면서 처방 전 정보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도 유입되고 있다. 현재 이용자는 약 18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 치료제 확산은 ‘약물 동반 케어’라는 새로운 시장도 만들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면 체중과 함께 근육이 감소할 수 있어 단백질 보충과 근손실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위장과 혈당 관련 부작용을 관리하는 서비스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다이어트 앱들도 변화를 선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음식의 칼로리를 기록하거나 체중 감량 챌린지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AI 분석과 대사 건강 관리로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필라이즈는 영양제 분석 서비스에서 시작해 식단과 체중, 혈당, 운동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AI가 개인 건강정보를 분석해 부족하거나 과도한 영양성분과 주의해야 할 성분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닥터다이어리는 체중 감량보다 혈당과 혈압, 체성분 등 대사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측정기기를 앱과 연동해 건강 데이터를 자동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인아웃과 다톡이 등 다른 다이어트 앱들도 AI를 활용한 칼로리와 영양성분 자동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다이어트 앱을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이용자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약물 투여를 중단한 뒤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이른바 ‘요요’ 현상을 관리하는 영역은 기존 헬스케어 앱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결국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확산은 다이어트 앱 시장을 없애기보다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단순한 체중 기록에서 벗어나 처방과 복약관리, 부작용 대응, AI 건강 분석까지 연결하는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