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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투표제 시행 앞두고 이사회 축소…대기업, 소수주주 진입 문턱 높이나

    집중투표제 시행 앞두고 이사회 축소…대기업, 소수주주 진입 문턱 높이나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가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일부 대기업들이 이사 수를 줄이거나 임기 만료 시점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이사회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도입되자,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 수 자체를 줄여 후보 당선에 필요한 지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집중투표제 배제 금지 조항은 10일부터 정식 시행된다. 이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정관 등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사실상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감사위원회에서도 다른 이사와 별도로 뽑는 감사위원 수가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여러 명 선임할 때 주주에게 ‘보유주식 수×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5명을 뽑으면 1주를 가진 주주도 5표를 받으며, 이를 한 후보에게 모두 몰아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수주주도 표를 한 후보에게 집중하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최대주주는 여러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의결권을 나눠야 해 기존보다 영향력이 분산될 수 있다.

    문제는 한 번에 선임하는 이사 수가 줄어들수록 집중투표제의 효과도 약해진다는 점이다.

    법무부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사 5명을 동시에 선임할 경우 후보 한 명을 확실하게 당선시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지분은 약 16.7% 수준이다. 하지만 3명을 뽑으면 25%를 넘어야 하고, 2명을 선임할 경우에는 33.3%를 초과하는 지분이 필요하다. 이사 한 명만 뽑을 때는 사실상 일반적인 다수결 방식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이사회 전체 규모를 줄이거나 이사 임기를 분산해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인원을 줄이는 방법을 검토해왔다.

    실제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50대 그룹 소속 상장사 가운데 비교가 가능한 269곳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이사 수는 지난해 1780명에서 올해 1733명으로 47명 감소했다.

    사내이사는 843명에서 807명으로 4.3% 줄었고, 사외이사도 937명에서 926명으로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카카오가 14명으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롯데 13명, 삼성 9명, LS 7명, 한화 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정관을 고쳐 이사 수나 임기 구조를 변경한 기업도 29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4곳은 이사들의 임기 종료 시점을 서로 다르게 설계해 특정 주주총회에서 여러 이사가 동시에 교체되지 않도록 했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한진칼은 이사회 최대 정원을 기존 11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회사 측은 이를 이사회 규모 정상화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호반건설 측의 지분율 격차가 0.42%포인트까지 좁혀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개정 상법의 취지와 충돌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법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주주의 이사회 참여 가능성을 높였지만, 기업이 선임 이사 수를 줄이면 실질적인 당선 문턱은 오히려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사 수 축소만으로 집중투표제의 효력을 완전히 제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일정 비율 이상의 사외이사를 둬야 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다른 지배구조 규제도 함께 시행되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주주총회에서는 단순한 지분율 경쟁뿐 아니라 이사 정원과 임기 배분, 선임 시점 등 이사회 구조 자체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집중투표제 도입 취지가 실제 소수주주 이사회 진입 확대라는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기업들의 지배구조 재설계가 이를 제한할지가 향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중앙그룹 채권 논란, 총수일가까지 형사고소…재무 부풀리기 의혹 쟁점

    중앙그룹 채권 논란, 총수일가까지 형사고소…재무 부풀리기 의혹 쟁점

    중앙그룹 계열사 채권에 투자했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개인투자자들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등 총수일가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피해자 측은 계열사 간 자금 순환과 회계처리를 통해 재무상태를 부풀리고, 이를 토대로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수일가와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채권 발행·판매에 관여한 금융회사 관계자 등 총 20명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소에는 JTBC와 중앙일보의 공모 무보증사채, 이들 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된 전자단기사채 등에 투자한 개인 319명이 참여했다. 변호인단이 거래내역을 기준으로 파악한 피해액은 최소 325억2000만원이다.

    적용을 요청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사업보고서의 허위기재, 투자일임업자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이다.

    피해자 측이 총수일가까지 직접 고소한 이유는 중앙그룹의 지배구조와 계열사 간 자금 흐름 때문이다. 비상장 지주회사인 중앙홀딩스는 홍정도 부회장과 홍정인 대표, 홍석현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총수일가와 주요 경영진이 여러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해온 만큼, 계열사 전반에 걸친 자금 이동과 회계처리가 개별 회사 차원을 넘어 그룹 단위의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 늘리고 회사채 발행

    논란의 중심에는 JTBC의 신종자본증권이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형식상 채무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JTBC는 2023년 이후 9차례에 걸쳐 총 226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으로 반영했다.

    피해자 측은 이 가운데 일부가 실제로는 이자와 상환 부담이 존재해 자본으로 보기 어렵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4년 중앙홀딩스와 다보중앙이 JTBC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200억원, 540억원에 인수한 사례도 문제로 지목됐다. 이 거래를 통해 JTBC의 장부상 자본은 740억원 늘어났지만, 이후 JTBC가 다른 계열사에 출자와 대여를 진행하면서 자금이 다시 그룹 내부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 같은 구조가 반복되면서 외형상 자본은 늘어난 반면 실질적인 자금 여력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JTBC는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반영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공모 무보증사채를 발행했고, 그 규모는 총 3200억원에 달했다.

    계열사 투자 손실 반영 기준도 쟁점

    계열사에 투자하거나 빌려준 돈에 서로 다른 손실 기준을 적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변호인단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의 계열사 출자금 가운데 상당 금액이 손상차손으로 처리됐다. 반면 계열사 대여금이나 계열사 발행 증권 등 일부 채권에는 비슷한 위험이 존재했음에도 대손충당금이 충분히 설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콘텐트리중앙은 메가박스중앙 지분에 손상차손을 반영하면서도 같은 회사에 대한 대규모 채권에는 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중앙홀딩스가 보유한 JTBC 신종자본증권은 전액 손상 처리한 반면, 다른 계열사가 보유한 같은 종류의 증권에는 동일한 손상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피해자 측은 이런 회계처리가 결과적으로 자산과 자본을 실제보다 양호하게 보이도록 만들었고, 투자자가 회사채 위험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회사도 고소 대상 포함

    채권 발행과 판매에 관여한 일부 금융회사도 고소 대상에 포함됐다.

    변호인단은 신한투자증권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업실사 과정에서 자본잠식과 누적 적자,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 등을 확인하고도 투자설명서에서 원리금 상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전자단기사채 발행에 관여한 한양증권과 이를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한 키움증권, 회사채 매수를 홍보한 투자일임사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위험 고지가 이뤄졌는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에 계열사 간 대여와 출자, 상환 과정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총수일가와 주요 경영진의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중앙그룹 측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JTBC는 앞서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신종자본대출 등은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공시했으며 자본시장법도 준수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계열사 간 자금거래와 신종자본증권의 회계처리가 적법했는지,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재무위험이 충분히 공개됐는지 여부다.

    피해자 측의 고소가 총수일가와 금융회사까지 확대되면서 수사기관이 그룹 내부 의사결정과 자금 흐름을 어디까지 들여다볼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뉴로메카 유상증자 결국 미달…800억 신공장 승부수 통할까

    뉴로메카 유상증자 결국 미달…800억 신공장 승부수 통할까

    로봇기업 뉴로메카가 유상증자 발행가격을 당초 계획보다 36% 이상 낮췄지만 모집 물량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주가 하락으로 신주 가격의 매력이 줄어든 데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연간 매출의 4배가 넘는 신공장 투자를 추진한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부담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뉴로메카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 유상증자의 최종 청약률은 84.62%를 기록했다.

    구주주 청약률은 75.80%였으며 이후 진행한 실권주 일반공모에서도 청약률이 36.43%에 그쳤다. 결국 전체 모집 물량의 약 15.4%인 49만1626주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관 증권사가 인수하게 됐다.

    회사가 계획한 자금은 확보할 수 있지만 투자자 수요만으로 증자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점은 부담이다.

    발행가 36% 낮췄는데도 청약 부진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신주 발행가격이다.

    뉴로메카는 당초 3만8350원이었던 예정 발행가를 2만4450원으로 낮췄다. 최초 계획보다 36.2% 떨어진 가격이다.

    통상 유상증자 신주는 시장가격보다 낮게 발행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가격 측면의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증자를 진행하는 동안 뉴로메카 주가 역시 하락하면서 할인 효과가 크게 줄었다.

    구주주 청약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뉴로메카 종가는 2만5450원이었다. 발행가 2만4450원과 비교하면 차이는 1000원, 약 3.9%에 불과하다.

    신주를 청약하면서 감수해야 할 시간과 주가 변동 위험 등을 고려하면 투자자를 끌어들일 만큼 충분한 가격 차이라고 보기 어려웠던 셈이다.

    여기에 회사의 재무상황과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로메카는 경북 포항 영일만3 일반산업단지에 총 800억원을 투자해 피지컬 AI 기반의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 조립라인을 비롯해 액추에이터 가공·조립설비, 자동화설비와 성능검사 장비 등을 구축한다. 자체 로봇 생산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로봇까지 위탁생산하는 이른바 ‘로봇 파운드리’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중 약 480억원이 신공장 건축과 생산설비 등에 들어간다. 나머지 320억원은 회사가 보유한 자금이나 추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연매출 190억원 회사가 800억원 공장 투자

    문제는 현재 뉴로메카의 사업 규모와 비교했을 때 투자금액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뉴로메카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약 190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손실은 약 149억원, 당기순손실은 약 22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약 30억원에 머물렀고 43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금융비용 등의 영향으로 약 257억원까지 확대됐다.

    800억원 규모의 신공장 투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의 4배를 웃돈다.

    뉴로메카가 올해 안에 매출로 인식할 것으로 예상하는 수주 물량도 약 220억원이다. 현재 확보한 물량이 계획대로 매출로 이어지더라도 신공장의 생산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추가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장이 완공된 이후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대규모 설비가 가동되면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유지관리비 등 고정비가 발생한다. 생산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오히려 손익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하드웨어 승부수’가 핵심

    뉴로메카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하드웨어 내재화 전략이 있다.

    지난해 로봇과 부품 등 하드웨어 매출은 약 10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4%를 차지했다. 자동화 솔루션 매출도 약 83억원으로 44%를 차지했지만 자체 로봇과 전용 모듈을 결합하는 방식이어서 하드웨어 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회사는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고 로봇 생산량을 늘리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외부 업체의 로봇까지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보하면 신공장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로봇 시장에서는 제조 능력만큼 소프트웨어와 시스템통합(SI) 역량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여러 제조사의 하드웨어를 고객 현장에 맞게 조합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로봇의 공세도 거세다.

    결국 뉴로메카의 800억원 투자가 성과를 내려면 ‘공장을 짓는 것’보다 ‘공장을 채울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체 로봇 판매량을 늘리고 외부 위탁생산 고객까지 확보한다면 생산량 증가와 부품 내재화가 원가 절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수주를 확보하지 못하면 신공장에서 발생하는 고정비가 기존 적자에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유상증자 미달은 로봇과 피지컬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별개로 투자자들이 뉴로메카의 대규모 투자에 보다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신공장 규모 자체보다 외부 고객 확보와 양산 물량, 예상 가동률 그리고 언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 삼성 파운드리 8나노 이하 ‘풀가동’…흑자 전환 열쇠는 2나노 수율

    삼성 파운드리 8나노 이하 ‘풀가동’…흑자 전환 열쇠는 2나노 수율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이 선단공정 가동률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8나노 이하 공정은 사실상 완전 가동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공장을 꽉 채워 돌리는 것만으로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흑자 전환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2나노 수율과 제조원가가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전 공정의 가동률이 지난해보다 개선됐다고 밝혔다. 특히 8나노 이하 선단공정에서는 고성장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완전 가동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선단공정 생산능력을 대부분 활용할 정도로 주문이 확보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의 구체적인 흑자 전환 시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파운드리는 고객 주문에 맞춰 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공장을 많이 가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판매 가능한 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하느냐가 수익성을 크게 좌우한다.

    바로 ‘수율’이 중요한 이유다.

    풀가동보다 중요한 ‘2나노 수율’

    삼성전자가 하반기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공정은 2나노다.

    삼성전자는 2나노 1세대 양산 경험을 토대로 하반기 2세대 제품의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을 최적화해 수율을 안정시키고 제조 생산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수율은 하나의 웨이퍼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반도체 칩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동일한 장비와 생산능력을 사용하더라도 수율이 낮으면 불량품이 많아지면서 칩 하나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승한다.

    따라서 8나노 이하 공장이 완전히 가동되더라도 2나노를 비롯한 첨단공정의 수율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는다면 높은 가동률을 곧바로 이익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파운드리 수익성이 가동률 상승과 수율 개선, 가격 조정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의미 있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사업 여건도 나쁘지 않다. 삼성전자는 2나노 2세대 모바일 제품 양산을 확대하고 4나노 LPU(언어처리장치), HBM 베이스 다이 등의 공급도 늘릴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고객사의 수요 증가를 기반으로 올해 파운드리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 구조 역시 선단공정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선단공정 매출 비중이 전체 파운드리 매출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AI·HPC(고성능컴퓨팅) 관련 매출 비중도 지난해 10%대 후반에서 올해 30%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과급 비용도 하반기 실적 변수

    수율과 함께 살펴봐야 할 부분이 비용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파운드리 실적이 성과급 관련 비용을 제외하면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보면 성과급을 비롯한 비용이 실제 영업손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는 특별성과급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관련 충당액을 반영하지 않았지만, 2분기에는 상반기 누적 특별성과급을 비용에 반영했다. 규모는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의 약 10.5%였다.

    문제는 관련 비용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부터 관련 재고가 판매되는 과정에 맞춰 비용을 순차적으로 인식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성과급 관련 비용이 파운드리 수익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삼성 파운드리의 관전 포인트는 ‘공장을 얼마나 많이 돌리느냐’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8나노 이하 공정의 풀가동은 고객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AI와 HPC, HBM 관련 수요 확대도 매출 성장에는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흑자 전환을 결정하는 것은 2나노 수율을 얼마나 빠르게 안정시키고 제조원가를 낮추느냐다. 여기에 가격 조정과 고부가 제품 확대에 따른 이익 증가가 성과급 등 추가 비용을 얼마나 상쇄하는지도 중요하다.

    삼성 파운드리가 선단공정 ‘풀가동’을 실제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하반기 2나노 수율이 그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 한미반도체, 미국에 첫 현지법인 세운다…HBM 장비 시장 공략 강화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과 함께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가 확대되자 한미반도체가 현지 대응 체계 강화에 나섰다. 미국 법인을 직접 설립해 고객사와의 접점을 넓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패키징 장비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한미반도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미국 현지법인 ‘한미 USA(HANMI USA, Inc.)’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한미반도체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로, 출자금액은 150만달러(약 21억원)다. 출자 예정일은 오는 18일이다.

    새로 설립되는 한미 USA는 반도체 제조장비를 비롯해 관련 부품과 자재의 개발·판매 등을 담당한다. 단순한 해외 판매 거점을 넘어 미국 고객사를 대상으로 영업과 기술 지원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 향하는 AI 반도체 투자

    한미반도체가 미국 법인을 설립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확대되는 AI 반도체 투자가 있다.

    생성형 AI 시장이 성장하면서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 수요가 급증했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와 첨단 패키징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과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주요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반도체 역시 현지법인 설립 목적에 대해 HBM을 비롯한 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와 장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 현지 고객사에 보다 빠르게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장비는 공급 이후 설치와 공정 최적화, 유지보수 등 지속적인 기술 대응이 중요하다. 고객사의 생산라인과 가까운 곳에 지원 조직을 두면 장비 공급 이후 발생하는 기술적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도 미국 투자 확대

    한미반도체의 주요 고객사가 미국에서 생산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연구개발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을 미국 현지에서 패키징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다.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 역시 뉴욕과 아이다호 등을 중심으로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과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 생산능력을 확대하면 장비업체 입장에서도 현지 대응 능력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비 설치부터 공정 안정화와 유지보수까지 고객사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는 HBM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TC 본더를 주요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TC 본더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드는 HBM 제조 과정에서 칩을 정밀하게 접합하는 데 활용되는 핵심 장비다.

    AI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HBM의 적층 수와 패키징 난도 역시 높아지고 있어 관련 장비의 기술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장비 판매 넘어 현지 지원 경쟁으로

    이번 미국법인 설립은 한미반도체의 해외 사업 전략에도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 HBM과 첨단 패키징 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고객사와 가까운 현지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장비 공급 기회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관건은 미국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가운데 실제 장비 수주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다.

    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경쟁 역시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HBM 생산기술 변화에 맞춘 장비 성능뿐 아니라 설치와 유지보수, 공정 지원 등 고객 대응 역량까지 장비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한미반도체의 미국 진출 역시 이런 변화에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HBM 시장 확대에 힘입어 성장해온 한미반도체가 미국 현지법인을 발판으로 AI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 AI가 설계하고 로봇이 실험한다…‘자율실험실’ 시대 열린다

    AI가 설계하고 로봇이 실험한다…‘자율실험실’ 시대 열린다

    인공지능(AI)이 실험 조건을 설계하고 로봇이 직접 실험을 수행하는 ‘자율실험실(Self-Driving Laboratory·SDL)’이 차세대 연구개발(R&D)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재·바이오·반도체·배터리처럼 반복적인 실험이 필요한 산업에서는 연구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은 오는 9월 15일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AI·로봇 기반 R&D 자동화와 자율실험실 구축 전략’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으로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AI를 활용한 후보물질 탐색부터 로봇 기반 실험 자동화, 실험 결과 분석과 다음 조건 결정까지 연구 과정 전체를 연결하는 기술과 실제 산업 적용 사례를 다룬다.

    AI→로봇→데이터→다시 AI…실험도 ‘폐루프’로

    자율실험실의 핵심은 단순히 사람이 하던 실험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AI가 기존 연구 데이터 등을 분석해 유망한 실험 조건을 찾아내면 자동화 장비와 로봇이 해당 실험을 수행한다. 여기서 나온 결과는 다시 AI로 전달된다. AI는 결과를 분석한 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다음 실험 조건을 결정한다.

    이처럼 ‘실험 설계→수행→분석→다음 실험 설계’ 과정이 반복되는 구조를 폐루프(Closed-loop) 방식이라고 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직접 가설을 세우고 조건을 변경하면서 수많은 실험을 반복해야 했다. 자율실험실에서는 AI가 방대한 후보군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먼저 탐색하고 로봇이 반복 실험을 수행하면서 탐색 범위를 좁힐 수 있다.

    특히 수많은 조성이나 공정조건을 비교해야 하는 신소재·화학 분야와 후보물질 탐색이 필요한 신약개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배터리처럼 공정 변수와 소재 조합이 복잡한 산업에서도 연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관련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실험실 자동화 시장이 2030년까지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AI 기반 신약개발 시장 역시 같은 기간 연평균 25%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와 소재기업뿐 아니라 국가 연구기관들이 AI 기반 후보물질 탐색과 자동화 실험 플랫폼 구축에 뛰어드는 이유다.

    신소재부터 바이오까지…산업별 구축 사례 공유

    이번 세미나에서도 자율실험실을 실제 연구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이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먼저 AI를 이용해 수많은 후보물질과 후보소재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선별하는 스크리닝 기술과 폐루프 방식의 실험 최적화 전략을 다룬다. AI가 연구 과정에 직접 활용될 수 있도록 기존 연구장비를 자동화하고 데이터와 장비를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 방안도 소개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제조 자율랩 구축과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최적화 사례를 살펴본다. AI와 의료장비를 연동하는 자동화 기술과 기존 연구실을 자동화 실험실로 전환하는 방법도 다룰 예정이다.

    신소재 분야에서는 AI 자율실험실을 활용한 소재 개발 전략과 공정 시스템 구축, 운영체계와 AI 최적화 기술 등이 소개된다.

    자율실험실이 확산되면 연구자의 역할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반복적으로 실험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업무는 자동화하고, 연구자는 연구 방향을 설정하거나 결과를 해석하는 고부가가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율실험실을 구현하려면 AI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험장비와 로봇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부터 서로 다른 장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I가 분석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시스템까지 필요하다.

    결국 경쟁력은 ‘좋은 AI 모델’을 만드는 것을 넘어 AI와 로봇, 연구장비,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측은 자율실험실이 단순한 실험 자동화를 넘어 연구개발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실험 설계와 데이터 분석, 공정 최적화까지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업의 R&D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보조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다음 실험을 결정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자율실험실이 산업현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앞으로 기업의 기술 경쟁력은 연구인력의 규모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실험하고 학습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 가상자산 ‘100만원 쪼개기’ 막힌다…트래블룰 전액 적용

    가상자산 ‘100만원 쪼개기’ 막힌다…트래블룰 전액 적용

    가상자산을 100만원 미만으로 나눠 보내 자금 이동 추적을 피하는 이른바 ‘쪼개기 송금’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트래블룰 적용 기준이었던 100만원선을 없애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거래라면 금액과 관계없이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를 확인하도록 제도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의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에 대해서도 위험 수준에 따라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트래블룰은 신고된 가상자산사업자 사이에서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적용된다. 거래소 등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보내면서 송금인과 수취인에 관한 정보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

    하지만 100만원 미만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었다. 한 번에 보낼 가상자산을 여러 차례로 쪼개면 트래블룰 적용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기준금액 자체가 사라진다. 국내 신고 가상자산사업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액수와 상관없이 트래블룰 적용 대상이 된다.

    3개월간 216차례 분할 송금…규제 회피 차단

    정부가 기준금액을 없애기로 한 배경에는 실제 소액 분할 거래를 이용한 규제 회피 사례가 있다.

    FIU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한 이용자는 약 3개월 동안 가상자산거래소에 2억원을 입금한 뒤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매수했다. 이후 이를 100만원 미만으로 나눠 모두 216차례에 걸쳐 외부로 출고했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여러 차례 나눠 송금할수록 시간과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100만원 미만 금액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당국은 자금세탁 추적을 피하려는 거래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으로는 수취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된다. 송금 사업자로부터 받은 거래 정보가 부족하거나 누락된 경우 필요한 자료를 다시 요청해야 한다.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거래를 거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을 받는 사업자 역시 거래의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 거래소·개인지갑도 위험도에 따라 관리

    국내 거래소뿐 아니라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와 개인지갑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정부는 해외 거래소를 위험 수준에 따라 구분해 관리할 계획이다. 자금세탁 위험이 낮은 해외 거래소와는 가상자산 이전을 허용하지만, 그 밖의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은 원칙적으로 송금인과 수취인이 동일한 경우에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고위험 거래 대상으로 판단되면 가상자산 이전 자체가 금지될 수 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10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는 사업자가 자체적인 의심거래 관리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여러 개인지갑으로 가상자산을 분산시킨 뒤 다시 하나의 지갑으로 모으거나, 범죄 피해금으로 가상자산을 구입한 후 해외 고위험 거래소로 이동시키는 방식의 자금세탁을 탐지하기 위한 조치다.

    가상자산 자금세탁방지 규제가 국내 거래소 중심에서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거래소 신고 문턱도 높인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거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대주주 심사 범위부터 확대된다. 대표이사 또는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가 심사 대상에 포함되고,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에는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까지 심사를 받는다.

    재무건전성 기준도 새로 적용된다. 이용자 예치금 등을 제외한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전문인력과 전산·보안설비를 확보하고 내부통제체계도 갖춰야 한다.

    다만 기존 가상자산사업자에는 새로운 요건에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1년의 유예기간을 적용한다.

    이번 제도 개편은 가상자산 규제의 초점이 단순한 거래금액에서 ‘자금의 이동 경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트래블룰의 100만원 기준이 없어지면 소액 거래를 반복해 규제를 피하는 방식은 사실상 차단될 전망이다.

    시행 시점은 내용에 따라 다르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요건 강화 조항은 오는 20일부터 적용된다. 트래블룰 전액 확대와 해외 거래소·개인지갑 관련 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결국 앞으로 가상자산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를 보내느냐’보다 ‘누가 누구에게 보내느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 역시 국내외 가상자산 이동 경로를 보다 세밀하게 확인해야 하는 만큼 자금세탁방지와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인텔, AI·파운드리 재도약에 21조원 승부수…대규모 증자 추진

    인텔, AI·파운드리 재도약에 21조원 승부수…대규모 증자 추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당초 150억달러 규모로 계획한 유상증자에 예상보다 많은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최대 200억달러 수준까지 조달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인텔이 대규모 주식 공모에 나선 것은 1971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AI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설비투자와 첨단공정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 반도체 시장에서 재도약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10일(현지시간) 150억달러, 우리 돈 약 21조2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회사가 이번 증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빠르게 증가하는 AI 인프라 투자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AI 가속기뿐 아니라 전용 반도체, 첨단 패키징, 웨이퍼 생산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특히 피지컬 AI와 전용 AI 칩, 첨단 패키징, 외부 웨이퍼 생산 분야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AI 투자 확대…연간 CapEx도 200억달러로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AI 인프라를 비롯한 자본적지출(CapEx)과 운전자본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인텔은 앞서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간 CapEx 전망치를 200억달러까지 높였다. 제품 경쟁력 강화와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해 반도체 제조장비와 클린룸, 기판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다. 미세공정이 발전할수록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장비 가격이 상승하고 연구개발 비용도 증가한다. 특히 최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하나의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인텔은 최근 선단공정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자체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종합반도체기업에서 벗어나 외부 고객의 반도체까지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 확대는 이런 전략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AI 가속기와 주문형반도체(ASIC) 수요가 증가할수록 첨단공정과 패키징 생산능력을 보유한 파운드리 기업의 역할도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확보한 자금을 생산능력 확충과 공정 경쟁력 강화에 투입해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립부 탄 CEO 체제, 재무구조 개선도 병행

    이번 증자는 립부 탄 CEO 취임 이후 추진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과도 연결돼 있다.

    인텔은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체 현금만으로 모든 투자를 감당하기보다는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 부채 부담을 억제하면서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신용등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향후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추가 자금을 조달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증자는 단순한 자금 확보를 넘어 재무구조를 안정시키면서 AI와 파운드리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시장 반응도 예상보다 뜨거운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텔의 주식 발행에는 1000억달러가 넘는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했던 150억달러의 6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인텔은 실제 증자 규모를 약 200억달러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과배정옵션까지 행사할 경우 최종 조달액이 200억달러를 상당폭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공모가격은 주당 95달러 안팎이 거론되고 있지만 최종 가격과 발행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공모에는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이 주관사로 참여한다.

    투자자는 ‘희석 우려’…주가 4.1% 하락

    다만 대규모 증자가 기존 주주에게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주식을 대량으로 발행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가 보유한 지분의 상대적 가치가 낮아지는 희석 효과가 발생한다. 증자로 확보한 자금이 향후 충분한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증자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인텔 주가는 10일 뉴욕증시에서 4.1% 하락한 97.5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올해 전체 흐름을 보면 상황은 다르다. 인텔 주가는 AI 반도체 시장 성장 기대와 재무구조 개선 전망 등에 힘입어 연초 이후 약 164%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지분 희석 부담과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관건은 조달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다.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선단공정의 수율과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거나 외부 파운드리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 부담이 다시 재무적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

    반대로 AI 반도체 수요 증가를 실제 파운드리 수주와 제품 매출로 연결한다면 이번 증자는 인텔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21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 조달은 인텔이 AI 시대의 반도체 경쟁에서 다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증자 규모 자체보다 인텔이 확보한 자금을 첨단공정과 AI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지에 모일 전망이다.

  • 삼성전자, 1.4나노 경쟁 ‘속도보다 완성도’…2나노 수율 확보 먼저

    삼성전자, 1.4나노 경쟁 ‘속도보다 완성도’…2나노 수율 확보 먼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무조건적인 속도전보다 기술 완성도와 양산 안정성을 우선하는 전략을 택했다. 1.4나노 공정 양산 시점을 2029년으로 조정하고 차세대 노광 기술인 하이NA(High-NA) EUV도 1나노 공정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TSMC와 인텔이 각각 1.4나노급 공정 양산을 2028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일정은 약 1년 늦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당장 1.4나노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현재 주력인 2나노 공정의 수율과 생산성을 안정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당초 2027년으로 제시했던 1.4나노 공정 양산 목표를 2029년으로 늦췄다. 동시에 하이NA EUV를 1.4나노에 적용하는 대신 1나노 공정부터 양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NA EUV는 기존 EUV 장비의 수치개구수(NA)를 0.33에서 0.55로 높인 차세대 노광 기술이다. 반도체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더욱 정교한 패턴을 웨이퍼에 구현해야 하는데, 높은 NA를 활용하면 기존 장비보다 미세한 회로를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새로운 장비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양산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비 가격과 공정 비용뿐 아니라 수율, 생산성, 장비 안정성 등을 모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창민 삼성전자 마스터는 최근 ‘2026 차세대 리소그래피+패터닝 학술대회’에서 2나노와 1.4나노에 하이NA EUV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아직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4나노까지 기존 0.33NA EUV를 이용한 멀티패터닝 기술을 중심으로 양산하고 하이NA EUV는 2030년께 1나노 공정부터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당장의 승부처는 ‘2나노’

    1.4나노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단기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은 2나노가 됐다.

    파운드리에서는 공정의 숫자를 얼마나 빨리 낮추느냐만큼 실제 양산에서 얼마나 높은 수율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수율이 충분하지 않으면 생산량을 늘려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칩의 비율이 떨어져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고객사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현재 2나노 공정의 수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2나노 수율을 개선하면서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 생산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비롯한 생산거점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2나노에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양산 실적을 만드는 것이 이후 1.4나노와 1나노 경쟁에서도 중요하다. 최첨단 공정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결국 고객사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사 TSMC는 삼성전자보다 1.4나노 양산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TSMC는 대만 타이중 과학단지에 1.4나노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2027년 시험 생산을 거쳐 이르면 2028년 대량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2029년보다 약 1년 빠르다.

    흥미로운 점은 TSMC 역시 1.4나노 공정에서 하이NA EUV를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것이다.

    TSMC는 기존 EUV, 인텔은 하이NA 승부수

    TSMC는 1.4나노급 A14 공정에 검증된 0.33NA EUV 멀티패터닝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새로운 노광장비를 빠르게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장비와 공정기술을 활용해 수율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하이NA EUV를 서둘러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1.4나노 양산 시점에서는 차이가 나타나는 셈이다.

    반면 인텔은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인텔은 1.4나노급으로 평가되는 ‘인텔 14A’에 하이NA EUV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차세대 노광장비를 경쟁사보다 먼저 양산공정에 투입해 선단공정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4A에는 하이NA EUV뿐만 아니라 2세대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와 후면 전력공급 기술인 ‘파워다이렉트’도 적용할 예정이다. 2027년 리스크 생산을 시작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먼저 도입한다고 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 바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최첨단 공정은 개발비와 설비투자 비용이 막대한 만큼 충분한 고객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인텔 역시 14A에서 대형 외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선단공정 개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전략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TSMC는 기존 EUV 기술을 활용하면서 1.4나노 양산 시기를 앞당기고, 인텔은 하이NA EUV를 먼저 투입해 기술 선점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1.4나노와 하이NA EUV 적용 시점을 늦추는 대신 현재 2나노 공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1.4나노 양산이 경쟁사보다 1년 늦다는 사실보다 그 기간 동안 2나노에서 얼마나 높은 수율을 확보하고 대형 고객사를 추가로 끌어들이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초미세공정 경쟁이 단순한 ‘나노 숫자 경쟁’을 넘어 실제 생산성과 고객 확보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2나노에서 양산 경쟁력을 입증하고 이를 1.4나노와 1나노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향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점유율을 좌우할 핵심 관전 포인트다.

  • 브릴스, 코스닥 상장 본격화…‘로봇 모듈화 플랫폼’으로 산업 자동화 공략

    브릴스, 코스닥 상장 본격화…‘로봇 모듈화 플랫폼’으로 산업 자동화 공략

    산업 현장의 자동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로봇 플랫폼 기업 브릴스가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 단순히 로봇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로봇과 공정기술을 결합하는 ‘모듈형 자동화 플랫폼’을 앞세워 국내외 산업 현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브릴스는 서울 여의도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사업 전략과 성장 계획을 공개했다. 회사가 강조한 핵심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로봇을 이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완성된 자동화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전진 브릴스 대표는 로봇을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했다. 엔진이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지만 소비자가 엔진만 구입하지 않는 것처럼 제조기업 역시 로봇 한 대를 구매하는 것보다 실제 생산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는 설명이다.

    브릴스는 협동로봇과 산업용 로봇, 물류로봇 등 자체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제조사의 로봇만 사용하는 방식은 지양한다. 고객이 원하는 공정에 따라 자사 제품뿐 아니라 다른 제조사의 로봇도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를 통해 특정 하드웨어의 성능이나 시장 규모에 사업이 종속되는 것을 피하고 제조, 물류, 식품, 조선, 방산, 의료 등 다양한 산업으로 자동화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일회성 SI 넘어 ‘기술 자산’ 쌓는다

    브릴스가 기존 로봇 시스템통합(SI) 기업과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모듈화’다.

    산업용 로봇을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하려면 로봇 제어뿐만 아니라 비전 검사와 안전 시스템, 엔드이펙터, 공정기술 등 여러 요소가 필요하다. 브릴스는 이 기술들을 각각 모듈화한 뒤 고객의 생산환경에 맞춰 조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전통적인 SI 사업은 고객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별 요구사항에 맞춰 커스터마이징해야 하기 때문에 수주가 증가하면 엔지니어와 개발비 부담 역시 함께 커지는 구조다.

    브릴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발한 기술을 일회성으로 소비하지 않고 요소기술 단위로 분해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축적한다. 비슷한 자동화 요구가 발생하면 기존에 확보한 모듈을 활용할 수 있어 프로젝트가 늘어날수록 개발 부담과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젝트 규모도 커지고 있다. 브릴스에 따르면 과거 평균 4000만원 수준이었던 프로젝트 단가는 2023년 약 7000만원으로 상승했고 최근에는 1억6000만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회사는 향후 프로젝트당 평균 금액이 2억원 이상으로 커질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외형 성장도 이어지고 있다. 브릴스의 매출은 2020년 약 40억원에서 지난해 238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연간 목표 수주잔고의 90% 이상을 이미 확보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외 매출 확대…북미 자동화 시장 겨냥

    해외 시장도 브릴스가 IPO 이후 집중적으로 공략할 분야다.

    브릴스는 현재까지 17개국에 제품과 솔루션을 수출한 경험을 확보했다. 특히 북미 시장의 누적 매출이 210억원을 넘어섰으며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수출 비중도 50%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인건비 부담과 작업장 안전 기준 등이 자동화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브릴스는 내년 미국에 공급할 예정인 장비 규모만 200억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요 기업과의 협력도 사업 확장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브릴스에 70억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했고 양사는 산업현장에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적용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는 LNG 선박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했으며 LG CNS와는 LG에너지솔루션에 공급하는 자율이동로봇(AM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의 협력에서는 브릴스가 팔레타이징 솔루션을 개발하고 두산로보틱스가 이를 판매하는 형태의 사업모델도 구축했다.

    로봇도 ‘구독’…RaaS 사업 확대

    브릴스는 장기적으로 프로젝트 중심의 매출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로봇서비스(RaaS·Robot as a Service)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로봇 자동화를 도입하려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초기 장비 구매비용이 상당한 부담이다. 도입 이후 유지보수와 시스템 관리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로봇 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브릴스는 이런 기업들을 대상으로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직접 판매하는 대신 검증과 금융, 운영관리,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등을 묶어 제공하는 구독형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RaaS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마다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간 반복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산업 자동화 사업은 프로젝트 수주와 납품 시기에 따라 매출 인식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분기별 실적 변동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RaaS 역시 서비스 제공자가 초기 장비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반복 매출 구조가 형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브릴스의 IPO 이후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은 기존 SI 사업과 얼마나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확보한 공정기술과 현장 데이터를 실제 재사용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고, 이를 여러 산업과 해외 고객에게 반복 공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브릴스는 이번 코스닥 상장에서 총 120만주를 모두 신주로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격은 주당 1만6500~1만95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198억~234억원이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은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하며 이를 통해 최종 공모가를 결정한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9월 8~9일로 예정돼 있다.

    로봇 제조업체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하드웨어 자체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브릴스는 ‘어떤 로봇을 만드느냐’보다 ‘로봇을 산업현장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를 성장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모듈형 자동화 플랫폼이 실제 규모의 경제와 반복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성장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