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국내 대형 증권사에서 발생한 전산사고가 100건을 넘었고, 고객에게 지급된 배상금도 7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거래가 급증하는 시기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전산망 장애가 반복되면서, 증권사들의 IT 인프라 투자와 사전 점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개사에서 발생한 전산사고는 총 113건이었다.
이 기간 사고로 피해를 입은 고객은 1만9055명으로 집계됐다. 피해금액은 73억2923만원이었고, 실제 지급된 배상금은 총 69억8941만원에 달했다.
회사별로는 키움증권의 배상 규모가 가장 컸다.
키움증권은 해당 기간 13건의 전산사고로 총 38억216만원을 고객에게 배상했다. 전체 대형 증권사 배상액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2억452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삼성증권은 8억3987만원, 메리츠증권은 5억9377만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한국투자증권 배상액 가장 커
올해만 놓고 보면 한국투자증권의 배상 규모가 가장 컸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4건의 전산사고로 11억8208만원을 배상했다. 같은 기간 대형 종투사 전체 배상액 18억3843만원의 64.3%에 해당한다.
올해 3월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일부 고객의 MTS에서 계좌 잔고 조회가 원활하지 않은 장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6건의 사고로 4억451만원을 지급해 그 뒤를 이었다.
증권사 전산사고는 투자자 입장에서 단순한 불편을 넘어 직접적인 금전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 주문이 제때 처리되지 않거나 계좌 조회가 불가능해지는 경우 시세 급변 상황에서 매매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은 프로그램 오류
사고 원인을 보면 기본적인 프로그램 안정성 문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113건 가운데 프로그램 오류가 58건으로 51.3%를 차지했다. 전산사고 두 건 중 한 건 이상이 프로그램 자체의 오류에서 발생한 셈이다.
외부요인에 따른 장애는 31.9%, 시스템 장애는 15.9%였다. 인적재해는 0.9%로 집계됐다.
이 같은 통계는 사이버 공격 같은 외부 위협뿐 아니라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해야 할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안정성에서도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식 거래가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고 투자자 수와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증권사의 전산시스템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거래가 몰리는 시점에 주문 지연이나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빠르게 커질 수 있어 시스템 용량 확대와 장애 대응 체계가 필수적이다.
실적 확대만큼 IT 투자도 중요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기에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고객 거래를 뒷받침하는 IT 시스템에는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반복되는 사고에 대응해 지난 3월 증권사 IT 담당 임원들을 소집하고 전산사고 대응 체계를 점검하도록 주문한 바 있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뒤 고객에게 배상하는 방식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산사고는 개별 투자자의 손실을 넘어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자본시장 전체의 안정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특히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장세에서는 평상시보다 훨씬 큰 주문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서버 용량과 네트워크, 프로그램 안정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향후에는 사고 발생 건수와 배상 규모뿐 아니라 증권사들이 IT 인프라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장애 예방을 위한 모의훈련과 시스템 이중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산 안정성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증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의 주문과 자산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이 반복해서 멈춘다면 아무리 높은 수익을 내더라도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