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범용 D램과 모바일용 저전력 메모리에 이어 HBM3E까지 소량 생산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도하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CXMT는 최근 5세대 HBM인 HBM3E를 소량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된 제품은 중국 내 AI 반도체 업체들이 자사 프로세서와 결합해 성능과 호환성을 검증하고 있는 단계로 전해진다.
검증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CXMT의 HBM3E를 탑재한 중국산 AI 반도체가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HBM3E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전력 효율을 개선한 고성능 메모리다. 현재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가속기에 사용되며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범용 D램 이어 HBM까지 추격
CXMT는 최근 몇 년 사이 D램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여왔다.
모바일용 저전력 D램에서도 제품 세대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LPDDR6 양산에 들어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차세대 제품에 공급할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세대인 LPDDR5 생산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실적과 시장점유율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CXMT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03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873.6%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D램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 1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8% 수준까지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HBM3E 진입은 중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로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HBM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제약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AI 프로세서와 HBM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질 경우 자국 중심의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CXMT가 중국 AI 반도체 기업들의 HBM 수요를 흡수하면 엔비디아 등 해외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공급하던 HBM 수요 일부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직은 ‘소량 생산’…양산 능력이 관건
다만 CXMT가 단기간에 글로벌 HBM 시장의 기존 구도를 흔들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정밀하게 적층해야 한다. 생산 수율뿐 아니라 발열 관리, 적층 안정성, 패키징 기술 등 다양한 요소가 제품 성능과 직결된다.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대량생산 체계를 확보하는 것 사이에도 상당한 기술적 격차가 존재한다.
현재 CXMT의 HBM3E 생산 규모와 수율, 고객사 평가 등 구체적인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범용 D램에서 빠르게 성장한 것과 별개로 HBM 양산에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선두 업체들도 이미 다음 세대로 이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HBM3E 공급 확대와 함께 HBM4 및 차세대 제품 개발 경쟁을 진행하고 있어 기술 격차가 완전히 좁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CXMT의 진입 자체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중국이 범용 D램뿐 아니라 고부가 AI 메모리까지 자체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향후 경쟁의 핵심은 CXMT가 HBM3E 시험생산을 실제 대량 양산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 AI 반도체 업체들과의 검증을 통과하고 안정적인 수율까지 확보할 경우 글로벌 HBM 시장의 공급 구도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