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초과 세수를 국가전략산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한국형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충분한 준비와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국세 수입은 415조4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올해 예산안 전망치보다 25조2000억원 많은 규모다. AI 산업 성장에 따른 반도체 호황으로 주요 기업의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증권거래세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단순히 국가채무 상환이나 추가경정예산 재원으로 사용하는 대신 장기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기업 지분과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국부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투자하는 방안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비슷한 사례는 아일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일랜드는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수입이 급증하자 이를 복지 확대에 쓰기보다 미래 재정에 대비하는 펀드 조성을 선택했다.
2024년 설립된 미래아일랜드펀드(FIF)는 고령화와 기후변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재정 부담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정부는 2024년부터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0.8%를 매년 펀드에 적립하도록 법으로 규정했고, 인출은 2041년 이후부터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펀드 운용을 맡은 국가재무관리청이 국채와 외채 관리 중심의 기관이었던 탓에 전문 투자 인프라가 부족했고, 실제 운용은 1년 넘게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투자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세수 기반이 일부 글로벌 기업에 집중된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수 기업이 법인세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구조여서 국제 조세제도나 AI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세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호주도 초과 세수를 활용한 국부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화로 석탄과 철광석 수출이 급증하면서 재정 여력이 커지자 2006년 미래펀드를 설립했다.
펀드는 재정 흑자와 국영 통신사 지분 매각 대금을 재원으로 조성됐다. 독립적인 이사회가 운용을 맡았고, 주식과 채권,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서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목표로 삼았다.
운용 규모는 꾸준히 늘어 현재는 설립 당시보다 4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영향력 논란이 불거졌다.
정부가 운용지침을 변경해 에너지 전환과 주택 공급, 인프라 투자 등을 국가 우선 과제로 반영하도록 하면서 순수한 수익성보다 정책 목적이 앞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국부펀드의 독립성과 투자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아일랜드와 호주의 사례는 국부펀드 자체보다 운용 체계와 제도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전문 운용 조직, 정치적 독립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펀드의 본래 목적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국부펀드 역시 단기적인 재정 활용을 넘어 장기적인 투자 원칙과 독립적인 운용 체계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성공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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