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집값 압박에 긴축 전환한 한은…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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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통화정책의 방향이 다시 긴축으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데다 원·달러 환율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대출 증가세까지 불안한 흐름을 보인 것이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향후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기준금리가 다시 3%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연 2.50%였던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원 7명이 모두 인상에 찬성한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인 것은 2023년 1월 연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 42개월 만이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낮춘 뒤 여덟 차례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왔지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정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금통위 개최 이틀 전 발표한 ‘2026년 7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 중 66.0%가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금리 동결을 예상한 응답자는 34.0%였다.

지난 5월 조사에서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가 1.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상승 전망 비중이 두 달 만에 65.0%포인트 높아졌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긴축 전환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는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개선세까지 나타난 점이 금리 인상 전망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물가 대응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도 시장의 예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은행이 밝힌 인상 배경 역시 시장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물가뿐만 아니라 자산시장과 외환시장 불안까지 동시에 고려해 금리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가장 직접적인 인상 요인은 소비자물가였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6%를 기록한 뒤 5월 3.1%로 뛰었다. 6월에도 3.2%를 나타내며 두 달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가 2%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물가 흐름은 목표 수준을 뚜렷하게 웃도는 상태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생활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경우 소비자의 체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으로도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원문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체결했던 종전 관련 양해각서가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대상으로 군사 행동을 재개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불안해졌고, 일각에서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국제유가에 즉각 반영됐다.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지난 6일 배럴당 68.55달러까지 내려갔지만, 15일에는 79.60달러로 올랐다. 열흘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배럴당 11달러 이상 상승한 셈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만 아니라 운송비, 전기·가스요금, 제조원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부동산시장도 한국은행의 긴축 결정을 압박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에는 경기 화성과 동탄 등 일부 수도권 지역까지 가격 상승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수도권 일부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하지만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매수세가 뚜렷하게 줄지 않으면서 정책 효과가 아직 시장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넷째 주에 상승으로 전환한 뒤 74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 이어졌던 85주 연속 상승 이후 두 번째로 긴 상승 기간이다.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면 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매수가 늘어날 수 있고, 이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자산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면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에 집중될 가능성도 커진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8조3000억원 증가했다. 5월 증가액 9조3000억원보다는 1조원 줄었지만, 지난해 6월 기록한 6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최근 주식시장 강세와 부동산 거래 증가가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약 1.5%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수요를 억제할 필요성도 커졌다.

원·달러 환율 역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린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15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84.7원을 기록했다.

이달 초 환율이 1550원선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과거 평균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변동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환율 하락이 구조적인 원화 강세가 아니라 일시적인 달러 유입의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 과정에서 해외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원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원화 약세와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의 금리가 다시 오르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확대될 경우 원화 약세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도 금리 정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물가, 부동산, 가계부채, 환율 등 여러 지표가 동시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의 다음 결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인상이 긴축 사이클의 시작인지, 단 한 차례의 선제 조치인지가 핵심이다.

한국은행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추가 인상 시기와 폭은 물가상승 압력, 경기 회복 흐름, 금융시장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열어둔 셈이다. 물가가 계속 3%대를 유지하거나 환율과 주택가격이 다시 크게 오를 경우 추가 인상 결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내려질 수 있다.

지난 5월 금통위 이후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확인됐다. 전체 21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10명은 기준금리가 연 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하반기에 적어도 한 차례의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가와 환율 흐름이 악화할 경우 한 차례를 넘어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향해 안정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추가 긴축의 강도는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도 있다.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고, 기업의 투자와 자금 조달 비용도 상승할 수 있다.

경기 회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내수 소비와 설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 경기 흐름을 동시에 살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의 시선은 오는 8월 27일 열리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환율과 주택가격이 다시 불안해진다면 연속 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다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한 차례 동결하며 정책 효과를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42개월 만에 금리 인상의 문을 연 한국은행이 추가 긴축에 나설지는 앞으로 한 달간 발표될 물가와 환율, 부동산, 가계부채 지표에 달려 있다. 이번 인상이 긴축의 시작점이 될지, 금융 불안을 막기 위한 일회성 대응에 그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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