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빠르게 낮아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안,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방향,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이동 등을 고려하면 아직 본격적인 저평가 국면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최근 코스피200 변동성지수인 VKOSPI의 하락세에 주목하고 있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주가가 급락하거나 시장 불안이 확대될 때 상승하는 특성 때문에 이른바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지난 6월 말 장중 97.99까지 치솟았던 VKOSPI는 7월 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8월 들어 70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신용거래 반대매매로 신용융자 잔액이 줄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과도했던 레버리지 거래가 일부 정리된 점이 변동성 완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와 연계된 고위험 상품의 거래 규모가 감소하면서 시장 전체의 가격 진폭도 이전보다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국내 증시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한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배 안팎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익 대비 주가 수준만 놓고 보면 과거와 비교해 상당한 저평가 구간에 접근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낮아진 주가와 변동성만으로 증시의 바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미 금리 향방이 증시 핵심 변수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변수로는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동시에 물가 안정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긴축적인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향후 물가와 고용 지표에 따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도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2.75%로 결정했다. 약 3년 반 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긴축 쪽으로 돌린 것이다.
한은은 향후 추가 인상의 시기와 폭을 국내외 경제 상황을 살펴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추가적인 금리 조정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미래 성장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성장주에 특히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동시에 주식 투자와 비교되는 채권 등 안전자산의 매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불안 이어지면 유가·물가 부담 확대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긴장 역시 증시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다.
갈등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이는 다시 세계 물가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도 미국과 이란의 협상 관련 소식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움직였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하루 만에 약 5% 상승해 배럴당 88달러 수준까지 오른 바 있다.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면 제조업과 운송업 등의 원가 부담이 확대될 뿐 아니라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결국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경우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해외로 향하는 개인 자금
국내 개인투자자의 자금 흐름도 변수다.
최근 증시 급락과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논란, ISA 세제 개편 문제 등이 겹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반대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올해 6월 미국 주식을 약 6억3300만달러 순매수했고 7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약 46억4240만달러까지 확대됐다. 8월 들어서도 순매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 자금의 해외 이동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국내 증시의 수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 상당한 규모의 개인투자자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는 만큼 이 자금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코스피 하락 시 지수를 떠받치는 매수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가격 매력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곧바로 증시의 바닥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동성 지수와 PER 등 일부 지표에서는 저평가 신호가 확인되고 있지만, 금리와 국제유가, 지정학적 위험, 국내 투자자의 수급 변화 등 증시를 움직일 변수가 여전히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은 단순한 가격 수준보다 기업 실적 회복이 실제로 이어지는지, 한미 통화정책이 어떤 경로를 택하는지, 개인과 외국인의 자금이 다시 국내시장으로 유입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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